[티브이데일리 공동취재기획팀] 정점에 올라 있는 모든 아티스트들도 한때는 신인이었다. 신곡을 발표했다하면 음원 차트를 휩쓰는 십센치(10cm)도 길거리 공연을 하던 시절이 있었고, 혁오 밴드도 100명도 수용이 어려운 홍대의 작은 공연장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하며 이름을 서서히 알렸다.

데뷔 후 잘 성장한 아티스트들이 정점에 오르는 사이, 또 다른 신예 아티스트가 신에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신예 아티스트는 최정상 아티스트의 자리를 채우고, 또 다른 새 얼굴이 성장을 기다린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흐름이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그만큼 새로운 얼굴들이 꾸준히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홍대 인디신의 여러 관계자들은 "새 얼굴이 나오질 않는다"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인 아티스트들이 줄면서 그들의 무대도 줄고, 무대가 줄면서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 신인 아티스트들이 줄고 있는 악순환이다.

'오디션 공연', 홍대서 사라진 신인 발굴 문화

과거 홍대 인디신이 지금보다 뜨거웠던 전성기에는 여러 라이브 공연 클럽에 '오디션 공연'이 존재했다. '오디션 공연'은 신인 아티스트들이 기획자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쇼케이스 형식의 공연이다.

이 오디션 공연은 신인 아티스트 성장의 중요한 첫 단계였다. 신인 아티스트들은 '오디션 공연'을 통해 라이브 무대를 직접 선보일 기회를 얻고, 이 오디션에서 뽑히면 주중 정기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정기 공연을 통해 팬층을 확보하면, 점점 더 큰 무대를 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재 '오디션 공연'은 홍대신에서 사라졌다. 라이브 클럽들이 불황을 겪다 보니, 운영과 이익 등을 고려했을 때 '오디션 공연'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 심지어 관객수가 줄면서 라이브 공연 클럽 수도 적어져,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기회의 문은 더 좁아진 셈이다.

대신 몇몇 공연장에 신인 발굴을 위한 무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라이브 공연 클럽 에반스라운지의 평일 공연의 경우, 세 타임 중 한 타임이 새롭게 발굴된 아티스트의 무대로 기획된다. 클럽 관계자가 새로운 아티스트의 데모 음원, 합주 영상 등을 살펴보고, 새롭게 무대에 올릴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클럽 수익만을 고려한다면, 신인 발굴보다는 관객동원력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뮤지션을 무대에 세우는 게 올바른 결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에반스라운지 관계자는 신인 발굴이 업계 성장의 중요한 발판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팀을 더 무대에 세우려고 노력한다"며 "관객이 적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신인들을 자꾸 무대에 세워야 그들의 실력이 늘고 새로운 스타도 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인 인디 뮤지션, 데뷔 후에도 안녕하신가요?

얼마 되지 않는 신인 아티스트들은 어렵게 공연 기회를 얻어 데뷔 무대를 가졌더라도 혹독한 생존 문제에 부딪힌다. 팀을 유지해나가는 것은 또 다른 고비다. 이에 새 팀이 결성돼도 오래가지 못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오래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 중 개인 사업을 하거나,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경제적 지원을 통해 신인 아티스트들이 물질적인 걱정보다는 음악적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여러 민간 지원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원 사업도 정작 완전한 신인 육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다.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선정되는 아티스트들을 살펴보면, 이미 홍대 라이브 클럽도 수용이 어려울 정도로 큰 공연을 하는 '중고 신인'들이 많다. 대중에게는 새로운 얼굴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을 완전한 신인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진짜 신인들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기반이 없는 '진짜 신인'의 경우, 성장의 기회를 얻기까지도 팀 생존 여부를 건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올해부터 인디 뮤지션 발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 2012년부터 우수한 신인을 찾아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K-루키즈' 사업이 폐지됐다. 'K-루키즈'를 통해 '오빠야' 역주행 신화를 쓴 신현희와김루트,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밴드 실리카겔 등이 빛을 본 만큼, 이 사업의 폐지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온라인 홍보를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인이 등장하기도, 자라나기도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 돼고 있는 현재의 인디신. 신인의 부재는 곧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새로운 관객 유입의 어려움을 낳으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헬로루키' 공식 홈페이지, '튠업'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