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동취재기획팀] 인디 뮤지션이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를 일컫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기업과 레이블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뛰어들고 있다. 인디신은 이에 따른 격변이 한창이다.

인디 음악 시장은 현재 딜레마다. 기업과 레이블이 선호하는 장르를 하는 아티스트의 가치는 고공행진 중이지만, 비주류 장르에 몸을 담그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만 있다.

돈은 아티스트를 키우고, 아티스트는 레이블을 키운다

최근 많은 기업과 재단은 숨은 보석 같은 인디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지는 인디신이 가진 예술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CJ 문화재단은 능력 있는 인디 뮤지션을 선별해 돕는 '튠업'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10년째 진행 중이다. '튠업'에 선정된 아티스트들은 스튜디오 이용, 앨범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비용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정부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EBS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공동 주최하는 '헬로루키'는 앨범을 발매한 적이 없거나, 최초로 낸 앨범의 발매가 1년을 넘지 않은 솔로 또는 밴드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실제 지원 사업에 선정돼 대중에 이름을 알린 인디 뮤지션이 꽤 많다. 그룹 장기하와얼굴들, 멜로망스, 가수 소수빈, 일레인, 아도인 등 모두 지원 사업을 통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분명 이 같은 자본의 도움은 아티스트가 양질의 음악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연습 공간, 녹음실, 사무 공간 등 물질적인 것부터 대형 뮤직 페스티벌에 설 수 있는 기회까지 다양한 혜택이 있다.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음악에만 더 집중할 수 있고, 음악을 체계적인 마케팅의 도움을 받아 알릴 수 있게 됐다.

뮤지션의 성장에 따라 레이블도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그 중 카카오M 산하 레이블 문화인은 25명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고, 음반 매장 미화당 레코드도 보유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연예기획사가 됐다. 자본과 거리가 멀었던 때부터 현재의 문화인이 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최원민 대표는 자본 유입으로 인한 레이블의 성장을 직접 경험했다.

최원민 대표는 "더 많은 팀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자본 유입의 장점을 강조했다. 과거 1년에 4~5팀 정도 제작이 가능했다면, 현재는 10팀 이상 제작이 가능해졌다. 다만,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인디 음악의 본질은 지키겠다는 것이 최 대표의 소신이다. 최원민 대표는 "제작 과정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 아티스트가 전부터 지켜온 이름, 색을 그대로 보존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다양성 중시한다더니…피할 수 없는 상업적 잣대

변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본의 혜택과 거리가 먼 아티스트들이 더욱 많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이하 우싸미)는 2018년 '헬로루키'에서 우승을 거두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어떠한 레이블과도 손을 잡지 못했다.

실력이 있는데도 레이블과 손잡지 못한 이유는 우싸미의 음악이 대중성과 거리가 멀기 때문. 백충원은 "레이블 쪽에서 (전속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우싸미가 레이블이나 기업에게 금전적인 이익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 음악만을 내세운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우싸미는 소외될 때가 있다. 백충원은 "대중이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라 힘든 것 같다. 주최 측도 이익이 돼야 하기 때문에 트렌디한 장르를 하는 아티스트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장르적인 한계다. 마이너 장르는 여전히 생존과 성장이 어렵다. 홍대 라이브 공연장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는 마이너 장르가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아티스트나 장르의 성공보다는 기업 자체의 마케팅이 우선시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튠업' '헬로루키' 등 지원 사업 또한 딜레마에서 멀어질 수 없다. 상업성에 대한 고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숨은 진주 같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미 인디신에서 관객동원력이 꽤 보장된 중고 신인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인디신 관계자는 "인디신을 잘 모르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신선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홍대 라이브 공연장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연을 하는 중고 신인들이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거대 자본의 인디신 유입에는 명암이 분명하다. 마이너 장르와 사업성 공존의 딜레마, 특정 장르의 성장으로 인한 격차, 이에 따른 다양성 보존의 어려움 등 한계점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이에 속칭 '큰 손'들이 진정 인디 음악을 살리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물음표가 지어진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각 공연 포스터, 각 레이블 공식 홈페이지,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