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시인 도종환은 말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느냐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행착오가 거듭 되면 어느 순간 진짜 원하는 것이 선명해진다. 이 과정을 충분히 겪어낸 가수 아거(Ager)는 흔들리는 동안 음악이라는 방향성을 놓지 않았다.

아거는 지난달 봄 감성을 저격한 새 앨범 '핑크 보이(PINK BOY)'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첫눈'을 발매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아거는 "조금 더 재미있고 재치있게 보이기 위해 이미지도 많이 신경 썼다"며 핑크빛 앨범을 소개했다.

타이틀곡 '#봄봄해'는 그간 발표해왔던 음악들보다 훨씬 밝고, 대중성이 돋보인다. 아거는 변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중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고민 끝에 봄을 주제로 곡을 쓰기로 1년 전부터 구상했다. 그는 "계절은 모두가 일상에서 한번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봄을 주제로 쓰게 됐다. 그리고 가사에 재미를 주기 위해서 해시태그 같은 요소들도 넣었다"고 타이틀곡을 소개했다.

타이틀곡으로 대중성을 잡고자 했다면, 수록곡에는 아거의 음악 색깔을 짙게 담았다. 이전에 마이너 감성의 곡들에 심취했던 아거는 "수록곡 '핑크 포르셰(Pink Porsche)' '멜로우(Mellow)' '아름다워 보여' 순서대로 사운드가 점점 더 마이너한 감성을 띤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대중성을 둘 다 잡기 위한 노력이다.

이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꼈다는 아거는 "내가 더 많이 추구했던 방향의 음악도 해보고, 다른 방향의 음악도 해보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는 건 좋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아거는 음악을 하면서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일에 대한 만족감으로 충만했다. 아거는 "오히려 지금 아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물질적으로 충분하진 않아도 더 행복하다"며 웃었다.

아거는 싱어송라이터로 산다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일찍이 파이라는 이름의 싱어송라이터로 음반을 발매했던 아거는 아이돌 음악 작곡가로도 2년 간 일하며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곡을 만들면서 참 힘들었다. 저작권 관련 신경전도 많았고, 불합리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불만이 쌓여가면서 자신만의 작품에 대한 갈망도 커져갔다.

힘든 과정 덕분에 현재에 확신을 얻었다. 힘들더라도 새 작품에 대한 고민을 지속한다는 아거는 "계속 생각하게 된다. 긴장감이 지속되는 것 같긴 하지만 조금 더 신선한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확신 속에서도 파고는 있다. 아거는 "덧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앨범 만든다고 돈도 많이 썼고, 현실적인 부분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힘들다. '음악을 그만두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타협점이 떠오를 때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럼에도 아거는 "음악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는 없다"고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옆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늘 믿어주는 부모님도 있고, 손과 팔에 '아거'를 의미하는 악어 모양 문신으로 새긴 자신만의 다짐도 있기 때문. 그는 부모님을 떠올리고, 문신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문신은 쐐기 같은 거예요. 흔들리지 않기 위해 몸에 새겼어요.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에 있으면 지우고 살면 되겠지 싶지만, 드러나는 부분에 문신이 있으면 남들이 '저 사람이 뭔가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흔들릴 때 이 손을 보면서 1년만 더 해보자고 다짐해요. 이 다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거는 또 다시 새 작품 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6, 7월 쯤에 신곡을 낼 생각이다. 느꼈던 것들을 하나씩 습작하듯이 써나갔던 것"이라며 신곡 발매를 예고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금상첨화죠. 요즘은 욕심을 부려볼까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