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발견하곤 한다. 뒤죽박죽인 것 같았던 순간들이 연결되는 듯한 흐름은 묘한 감정을 남긴다. 5년 간의 아이돌 연습생 생활, 수차례의 좌절, 구독자 30만 유튜버로서의 성공, 그리고 다시 신인가수가 되기까지. 가수 보라미유는 그간의 좌절들이 하나의 길로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보라미유는 지난해 첫 데뷔 싱글 '널 싫어하고 싶어'를 발매하며 가요계에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열여덟살 처음으로 서울로 상경해 연예기획사 연습생이 된 지 꼬박 6년 만의 일이었다. 가수를 꿈꿨던 보라미유는 열여덟살 아이돌 연습생으로 연예기획사에 발을 들이면서 보컬 연습, 춤 연습 등 여러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그는 "어느 회사나 들어가면 걸그룹 준비를 해야 했어서 그 커리큘럼을 따라갔다. 처음에는 춤 추는 게 어색했고, 보컬 레슨이 거의 없는 게 불만이기도 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동시에 원하던 학교에 전학이 어려워지면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하게 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좌절의 연속이었다. 여러차례 데뷔에서 미끄러졌고, 기획사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보라미유는 "데뷔가 안 될 때마다 상실감이 컸고, 공허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이 데뷔하는 걸 보면서 부러움도 많이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다. "될 때까지 하려고 했었다"고 덤덤히 말하며 웃는 보라미유에게서는 강인한 속내가 엿보였다. 그는 "나름 즐겁게 했었다. 춤에 흥미도 생겼고,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나중에 더 잘되려고 이러는 거겠지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보라미유를 붙잡아줬던 건 자신감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꿈을 빨리 찾아서 시작했다고 생각했다"며 "꼭 꿈을 이룰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적응도 빨리 하고, 눈치도 빠른 편이어서 어디서든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래에 간절했던 보라미유가 선택한 건 유튜브였다. 보라미유는 마지막 기획사를 나온 뒤 음악 유튜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또 다른 기획사에 들어가는 게 조금 머뭇거려졌다. 트러블이 있었던 회사도 있었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되더라. 그래도 사람들에게 노래는 들려주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하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커버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보라미유의 계정에는 점차 구독자가 모이기 시작했고, 순간 30만명을 훌쩍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다.

큰 욕심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노래를 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출발했고, 조금씩 팬들이 생기면서 책임감으로 이끌어온 계정이었다. 하지만 이 유튜브 활동은 보라미유의 인생을 대단히 바꿔놨다. 영상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쌓았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지금의 소속사 쇼파르뮤직을 만났다.

"성실하게 하다보니까 좋은 회사를 만나게 됐어요. 그리고 연습도 많이 됐죠. 그 전에는 그룹으로만 연습하다 보니까 공동체에 잘 묻어가는 게 중요한 연습이었는데, 혼자가 되니까 제 색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여러 장르를 커버하면서 저한테 어울리는 색깔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유튜버로서는 점차 성공했지만, 보라미유는 가수의 꿈을 잃지 않았다. 그는 "유튜브가 잘 돼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당장 손에 쥔 수입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물론 처음에 수익이 났을 때는 신기했다. 많이 버는 사람은 장난 아니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돈을 따라갈 수 있었던 기회이긴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돈을 벌려고 시작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보라미유는 기존의 유튜버로서의 자리를 내려놓고 신인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보라미유는 최근 첫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안녕, 뜨거웠던 우리'로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진짜 가수가 돼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을 터.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시간이었던 만큼 "만감이 교차했고, 얼떨떨했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앨범 한 장 발매하려고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는데 너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라미유가 고마움을 전한 사람은 프로듀싱을 맡아준 스무살이다. 보라미유는 "나보다는 스무살 님이 제일 고생을 많이 했다. 본인 앨범보다 더 영혼을 담아서 곡을 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이어 "앞으로 계속 함께 하고 싶다. 스무살 님이 나를 버리지 않는 이상, 옆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발라드에 익숙해져 있던 보라미유에게서 새로운 목소리를 꺼내준 사람도 스무살이었다. 그간 애절한 발라드를 들려줬던 보라미유는 '안녕, 뜨거웠던 우리'를 통해 청량하고 청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그는 스무살이 작곡한 '안녕, 뜨거웠던 우리'에 대해 "듣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좋았다"며 "잘 소화하고 싶어서 욕심이 났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보라미유는 이번 앨범을 계기로 더 많은 장르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불러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불러보고 싶어졌다"며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긴 시간 동안 다이내믹한 과정을 거쳐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보라미유는 힘들고 불안했을 법한 시간들을 떠올리면서도 내내 편안한 미소를 보였다. 좌절을 극복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일까. 보라미유는 "지금이 내 방향성에 맞다. 그간의 과정들이 이제는 좋게 생각되더라"며 "'바라던 대로 되려고 어긋났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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