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의 전 멤버 이석철 이승현 폭행 사건의 피고인 문영일PD, 김창환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미디어라인) 총괄 프로듀서, 미디어라인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요즘처럼 연예인 지망 청소년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인재양성 시스템은 사라져야 할 폐해"라며 "엄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문영일PD, 김창환, 미디어라인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2시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문영일에 대해 징역 2년, 김창환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미디어라인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의 선고를 내렸다.

해당 사건은 양 측의 쟁점 다툼이 심했던 터. 재판부는 2017년 6월 미디어라인 사옥 5층 스튜디오 폭행 사건과 2016년 3월 일명 '전자담배 사건'을 둘러싼 양 측의 입장을 되짚었다. 그 중 피해자 이석철 이승현의 진술 대부분을 인정하고, 피고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2017년 6월 미디어라인 사옥 5층 스튜디오에서 이승현은 문영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당시 이승현은 스튜디오에서 도망치다가 문영일에게 머리채를 잡혔고, 이 모습을 김창환이 봤다며 폭행 방조를 주장했다. 하지만 김창환은 5층에 올라갔을 당시 이승현과 문영일이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만 봤고, 폭행 피해를 인지하지 못해 고의적으로 폭행을 방조하지 않았다고 반박해 의견 다툼을 벌였다.

더불어 문영일과 김창환은 당시 김창환이 문영일에게 "너무 혼내지 말고 잘 달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지만, 이승현은 김창환이 "살살 해라"며 폭행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일명 '전자담배 사건'은 김창환이 2016년 3월 이승현에게 전자담배를 피워보길 권한 일이다. 이승현은 당시 김창환의 제안을 거부하다가 전자담배 연기를 불어내자, 김창환이 자신의 뒷통수를 수차례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창환은 장난삼아 권유했던 것뿐이라며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여러 증인의 진술, 증거 등을 바탕으로 피해자 이승현, 이석철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문영일의 상습아동학대 혐의, 김창환의 아동학대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를 판결했다. 특히 '전자담배 사건'의 경우, 이승현에게 정신적인 충격,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해 이승현에 대한 김창환의 정서적 학대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재능있는 청소년 발굴해 보이밴드로 데뷔시킨 후 지도 관리하는 프로듀서가 소속 멤버들에게 장기적이고 상습적으로 신체적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의 부모들에게서 아동의 관리를 위탁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을 저버렸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김창환에 대해서도 "자신의 행위가 미칠 영향에 대해 주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의 태도에 비춰보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 부모가 폭행했다고 주장해 2차 피해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영일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반성했는지 의문스럽다"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이석철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스트라이트의 멤버들이 미디어라인 소속 프로듀서 문영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미디어라인은 폭행 발생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김창환 회장의 폭행 방조 의혹은 부인해 논란이 거세졌다. 특히 미디어라인도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철 이승현의 주장에 대해 반박 입장을 펼친 바 있다.

양 측의 진실 공방이 치열해지던 가운데, 더 이스트라이트 나머지 멤버 4명(이은성, 정사강, 이우진, 김준욱)은 회사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이석철 이승현은 문영일, 김창환, 미디어라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지난 1월 검찰은 문영일을 상습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창환은 아동학대 및 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달 14일에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피고인들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아동들을 회사의 재산이나 소유물처럼 마음대로 했다"며 문영일에게 징역 3년, 김창환에게 징역 8개월, 주식회사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 벌금 2000만원을 각 구형했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