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내 기분이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잖아요." (미디어라인 총괄 프로듀서 김창환)
"앞으로 저 사람들처럼 음악 하지 말고, 저 사람들처럼 되지 말자고 다짐했거든요."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전 멤버 이석철)

길었던 1심 공판이 마무리됐다. 더 이스트라이트 전 멤버 이석철 이승현 폭행 사건의 피고인 문영일, 김창환, 미디어라인에 대해 유죄 선고가 내려진 뒤, 두 사람의 표정이 엇갈렸다. 이석철은 눈물을 보였고, 김창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5일 오후 2시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문영일, 김창환, 미디어라인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이날 수의를 입은 문영일, 불구속 기소된 김창환, 미디어라인 이정현 대표가 법정에 섰다. 방청석에는 이석철, 이석철의 부모가 앉아 있었고, 더 이스트라이트의 전 멤버 정사강도 있었다.

재판부는 의견 다툼이 심했던 이번 사건을 정리하면서 이석철 이승현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상습아동학대 혐의의 문영일에 대해서는 징역 2년, 아동학대 및 아동학대방조 혐의의 김창환에게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미디어라인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을 판결했다.

법정을 나가자마자, 가장 먼저 이석철 이승현 형제의 모친이 오열했다. 재판 내내 눈을 감은 채 한숨을 내쉬던 모친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듯 아들 이석철을 끌어안고 울었다. 이에 이석철 또한 눈물을 보였다.

이석철의 기자회견부터 이날의 1심 공판까지 아들의 사건을 지켜봐온 이석철의 부친은 그제서야 옅은 미소를 보였다. 눈물을 보이는 아내의 등을 토닥여주던 이석철의 부친은 티브이데일리에 "다시는 음악계에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1심 공판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눈물을 그친 이석철은 취재진 앞에서 "어렸을 때부터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뮤지션이 되자는 게 제 목표였다. 그런데 이런 회사에 들어와서 폭행을 당했고, 아픔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고 지금도 정신과 다니면서 우울증 치료를 하고 있다"며 그간의 고통을 토로했다.

더불어 이석철은 "제가 진실이라는 걸 믿었다. 많은 분들이 날 응원해주셔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많은 걸 느꼈다. 앞으로 저 사람들(피고인)처럼 음악 하지 말고, 저 사람들처럼 되지 말자고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동생 이승현에 대해서는 "정말 고생했다. 같은 멤버였고, 같은 회사였는데도 형으로서 챙겨주지 못 했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시금 눈물을 보였다. 울먹이던 이석철은 "동생과 함께 좋은 음악하면서 이런 피해를 당하고 있는 분들, 저희처럼 힘든 분들께 힘이 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비슷한 시각 법정을 빠져나가던 김창환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하실 말씀 없냐"고 묻자, 김창환은 "내 기분이 그럴 기분이 아니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판결 불복 의사를 표했다. 다만, "어떤 부분에 대해 항소하실 계획이시냐"는 물음에는 "됐습니다"라며 답을 회피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이석철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스트라이트의 멤버들이 미디어라인 소속 프로듀서 문영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미디어라인은 폭행 발생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김창환 회장의 폭행 방조 의혹은 부인해 논란이 거세졌다. 특히 미디어라인도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철 이승현의 주장에 대해 반박 입장을 펼친 바 있다.

양 측의 진실 공방이 치열해지던 가운데, 더 이스트라이트 나머지 멤버 4명(이은성, 정사강, 이우진, 김준욱)은 회사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이석철 이승현은 문영일, 김창환, 미디어라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지난 1월 검찰은 문영일을 상습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창환은 아동학대 및 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달 14일에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피고인들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아동들을 회사의 재산이나 소유물처럼 마음대로 했다"며 문영일에게 징역 3년, 김창환에게 징역 8개월, 주식회사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 벌금 2000만원을 각 구형했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