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대법원이 유승준(43·스티브 승준 유)에게 내려진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인 만큼,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 대한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유승준이 LA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증발급 거부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공판이 11일 오전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이날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주LA 총영사가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에 수고된다는 이유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원고(유승준)의 상고를 인용하고 파기환송했다.

지난 2002년 병역 회피 의혹을 받은 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유승준은 2015년 LA총영사에게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출입국관리법 11조(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경우 입국을 금지할 수 있는 조항)에 따라 입국이 금지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유승준은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6년 1심에서 법원은 유승준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처분에 해당하므로, 중대·명백한 하자가 없는 이상 원고로서는 입국금지결정에 대해 제소기간 내에 불복했어야 한다"며 "원고가 불복하지 않아 입국금지결정에 불가쟁력이 발생했으므로, 피고(LA총영사)는 입국금지결정에 구속되고 그에 따른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이러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입국금지결정은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법무부장관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해 관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상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앞서 2002년 병무청장의 요청에 따라 유승준의 입국금지가 결정된 당시, 법무부장관은 유승준의 입국 금지 결정을 내부전산망에 입력했으나, 유승준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고려돼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이 아니라고 판단됐다.

2. 법무부장관의 지시일 뿐, 대외적인 효력 無…적법성 보장 NO

대법원은 유승준의 비자가 발급되지 않은 주된 이유인 '입국금지결정'에 대해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즉, 입국금지결정은 법무부장관이 재외공관장인 LA총영사에 내린 지시일 뿐이라는 것.

그러면서 대법원은 "LA총영사가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이것의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3. LA총영사의 재량권 불행사 "위법"

대법원은 LA총영사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일종의 재량행위로 봤다. 그러면서 "LA총영사는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했다"며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으므로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즉, LA총영사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내리기까지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는 취지다.

4. LA총영사, 사증발급 거부처분서 작성 안 했다

지난 2015년 8월 LA총영사는 사증발급이 불허됐다는 사실을 유승준의 아버지에게 전화로만 통보했다.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주지 않았던 상황이 이 사건을 위법 판결로 이끌었다.

대법원은 LA총영사가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처분서 작성·교부에 관한 행정절차법 제24조 제 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유승준의 입국 금지가 취소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 사건을 환송받은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한 번 판결을 내릴 것이고, 이에 따라 유승준의 입국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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