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창작자 윤하가 가수 윤하를 프로듀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하는 지난 2017년 말 정규 5집 앨범 '레스큐(RescuE)' 발매 후 약 1년 7개월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정규 5집 앨범에서는 프로듀서로서의 윤하가 부각됐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 충실했다. 외부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 오로지 아름답게 부르는 일에만 집중했다. 윤하는 "조금 더 편해졌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윤하의 모습은 퍼포머인데, 그걸 간과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다. 그래서 자세를 바로잡고,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발매 소감을 밝혔다.

윤하는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을 거듭했다. 보컬과 창작자로서의 고민이다. 그 기간을 '과도기'라고 표현했다. 그 시기를 마무리하면서 나온 앨범이 지난 5집 앨범이었다. 윤하는 "내로라하는 트렌디한 창작자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결심이 많이 필요했고, 흔들리기도 많이 흔들렸다"며 창작자 윤하로 앨범을 내면서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놨다. 특히 "안정은 됐지만,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부응하지 못했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을 통해 윤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 창작자와 프로듀서의 윤하는 가수 윤하보다는 작다는 걸 인정하고, 다시 한 번 퍼포머로서 방점을 찍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5집을 만들 당시에는 조급했었어요. 그런데 저보다 어린 그루비룸 친구들이 '누나가 쌓아올린 것들이 우리와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해줬던 말이 위로가 많이 됐어요. 성실하게 쌓아올려왔던 저만의 것을 더 쌓아올리고 지키는 쪽으로 방향성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아무래도 가수 윤하는 15년 정도를 해왔고, 그 시간들은 쌓여왔잖아요. 창작자로 활동해온 시간은 훨씬 짧으니까 보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방향성에 맞춘 앨범이 이번에 발매된 새 미니앨범 '스테이블 마인드(STABLE MINDSET)'이다. 보컬만을 맡은 윤하는 앨범 제작 전반의 과정에서 스태프들을 많이 믿고, 협업에 힘을 쏟았다. 그는 "많은 것들을 내려놨다"며 살며시 웃었다. '스테이블 마인드셋'은 날씨와 비를 테마로 구성됐다. 첫 번째 트랙 '사계'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 '비가 내리는 날에는', 마지막 트랙인 윤하의 자작곡 '레이니 나이트(Rainy Night)' 등이 수록됐다. 비라는 테마에 맞게 발매일도 7월, 장마철에 맞췄다. 윤하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은 비가 내려야 이입이 될 곡이어서 기상청 예보를 계속 봤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컬에 다시 집중해보겠다고 다짐하니, 선곡은 더욱 중요해졌다. 윤하는 신인 작곡가, 스타 작곡가 가리지 않고 곡을 될 수 있는대로 많이 모았다. 그는 "좋은 곡을 받으려면 운이 따라줘야 하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전반적으로 웰메이드라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 곡씩 완성되면서 기대감이 생겼고, 흥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가장 기대가 큰 곡은 아무래도 타이틀곡이다. 만장일치로 타이틀곡에 선정됐다. 윤하는 "처음 들었을 때 이미 가사까지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따로 프로덕션할 필요도 없이 좋았다"며 극찬했다. 작곡가 도코(DOKO)가 윤하에 맞춰 쓴 곡이다. 윤하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90년대, 00년대 발라드 느낌이 있다. 그러면서도 1절과 2절을 다르게 풀어낸 게 트렌디하기도 하다"며 "많은 분들이 식상해하지 않는 발라드"라고 어필했다.

물론 고민도 있었다. "이전 앨범은 트렌디했는데, 오히려 한발짝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주면 어떡하나." 하지만 윤하는 주위 반응에서 힘을 얻었다. 오히려 이번 앨범을 들은 지인들이 "윤하답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 특히 아버지는 "이게 윤하지 뭐"라고 말했다고. 이런 반응에 대해 윤하는 "뻔하지만, 그런 리액션이 나온다는 건 반가움의 표현인 것 같다"며 "꼭 내 노래에 대한 추억이 아니더라도 이 곡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예전에 내가 활동했던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는 창작자 윤하가 나섰다. 자작곡 '레이니 나이트'를 실어, 앨범의 테마를 마무리했다. 윤하는 '레이니 나이트'에 대해 "결정적인 메시지는 없다. 혼자 사색하는 이야기로 앨범을 마무리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러티브가 잘 구성이 돼있어서 버릴 멜로디 없이 흘러가는 게 스펙타클한 영화를 보는 느낌이어서 마지막에 여운을 주면서 쉬어갈 수 있는 트랙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다섯번째 곡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윤하는 앨범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성적에 대해 묻자, 그는 "좋은 곡이니까 그럴싸한 결과가 없더라도 오랫동안 들으실 수 있는 앨범인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답했다.

보컬로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 윤하는 콘서트도 기획했다. 이번 앨범의 연장선이다. 보컬리스트로 승부를 보는 만큼, 기타, 피아노, 보컬로만 공연을 구성할 계획이다. 윤하는 "기계를 쓰더라도 간단한 이펙터들만 가지고 공연을 할 것 같다. 굉장히 많이 부담이 된다"며 "연주자 분들도 불안해하는데, 그만큼 저도 많은 시간을 내서 연주자들과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 하는 소통보다는 짜여진 음악으로 선보이는 느낌이 강한 공연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보컬리스트 윤하의 프로젝트는 올해 말, '스테이블 마인드셋'의 연작 앨범이 발매되면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스테이블 마인드셋'과 후속 앨범을 연결할 테마는 계절이다. 우리의 일상 생활의 이야기를 비, 눈, 바람 등과 연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계절에 맞게 후속 앨범의 테마는 겨울에 어울리는 것으로 구상 중이다. 윤하는 "이번에는 어쿠스틱이 많았다면, 겨울에는 밴드 사운드 등을 섞어 서정성을 띤 음악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윤하가 밴드 사운드로 연작을 준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밴드 사운드의 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 일종의 사명감이다. 윤하는 "인디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메이저에서 밴드 사운드를 자꾸 익숙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록키드였기 때문에 밴드 사운드를 계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 팬들 중에는 윤하의 록 장르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윤하가 가지고 돌아올 밴드 사운드 음악에는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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