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초미의 관심사’는 ‘분장’에 이은 배우 남연우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배우인 그가 연출을 시작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연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를 직접 쓰고 연출하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고 싶었단다. 연기는 남연우를 계속해 변화시키고 선택하게 만드는 그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남연우는 2010년 영화 ‘진심을 말하다’를 시작으로, ‘용의자X’ ‘레드카펫’ ‘열두 번째 용의자’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해 왔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독립 및 단편 영화였기에 몇몇 영화 마니아들에게만 친숙한 그였다. 결국 남연우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해야만 했다.


영화 ‘분장’은 그동안 배우로서 외길만 달려온 남연우의 첫 터닝포인트였다. “본래 연출을 할 생각은 없었다”는 남연우 감독은 연기를 하고 싶어 연출을 배우고, 또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연기를 하고 싶어 연출을 했던 거였다. 내가 주인공으로서 대사를 읊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썼고, 촬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남연우의 감독 데뷔작인 ‘분장’이었다.

‘분장’에서 남연우는 연출뿐만 아니라, 출연, 각본, 편집 등 영화의 거의 모든 업무를 담당했다. 막다른 길에서 남연우가 선택한 최선의 길이었지만, 좋은 결과를 낳았다. 남연우의 첫 데뷔작은 2016년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핑크머니상을 수상했고, 관객들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작품에 잘 녹여냈다는 평을 들으며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더불어 ‘분장’은 그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간 패션에서도 늘 어울릴 것만 찾아 입을 정도로, 안정적인 걸 추구하던 그가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게 된 것이다. 남연우 감독은 “’분장’ 이후 이태원에서 살게 됐는데, 그 동네의 분위기가 날 그렇게 만들었다. 날 찾은 느낌이 들었고, 이후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분장’으로 인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분장’이 편견에 대해 다루다보니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결국 인간으로서 많이 성장하게 됐다. 편견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분장’은 그가 연출자로서 본격적인 첫 발을 디딜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편견에 대해 다뤘다는 점에서 레진 스튜디오가 인상 깊게 보고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제작 레진 스튜디오)의 연출을 제안한 것. 남연우 감독은 “레진 스튜디오의 첫 작품을 맡게 돼 부담이 좀 됐지만, 편견에 대한 음악 영화를 만든다는 점, 또 조민수와 김은영이 모녀로 나온다는 점에서 꼭 맡아야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초미의 관심사’는 각각 가겟세와 비상금을 들고 도망간 막내를 찾기 위해 엄마(조민수)와 순덕(김은영)이 이태원을 샅샅이 수색하는 추격 드라마다. 남연우는 “’분장’이 성소수자 등 특정 그룹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초미의 관심사’는 엄마와 순덕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도 편견을 가질 수 있을법한 인물들을 배치시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려 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밌어야 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전개를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연우 감독은 “아무래도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다. 물론 감독이 되는 순간 하루 온종일 머리를 굴러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는 더 많이 소비되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때 관객분들이 워낙 좋아하셨기 때문에 개봉된 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기대되기도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분장’부터 ‘초미의 관심사’까지, 남연우 감독은 차츰차츰 배우가 아닌 연출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 나갔다. 하지만 연출에 더 가까워질수록 연기에선 멀어져 갔다. 남연우 감독 역시 배우의 길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단다. “연기를 하다 영화의 매력에 빠진 것 같지게 됐다. 그래서 ‘초미의 관심사’에 직접 출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남연우 감독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썼을 땐 무조건 한 번 출연해야지 싶었다. 제작사에도 ‘저도 출연하겠다’고 얘기했고,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선보일까 고민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연우 감독은 “그런데 촬영 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책임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연출에만 집중해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면서 결국 포기하게 됐다”며 “현장에서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찍다 보니 정신없이 마무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를 연출가로 만들었고, 또 변신을 거듭하게 했다. 그리고 남연우의 절박함은 다시 한번 그를 변화시켰다. 최근 남연우는 MBC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통해 연인 김은영과의 달콤한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연우는 “옛날 같았으면 예능을 아예 안 했을 것 같다. 과거엔 연기자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어느샌가 그 생각이 바뀌게 됐다. 내가 뭘 하더라도 결국 연기로만 인정받는다면 어떤 편견이라도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연우는 “누군가의 남자친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서 성공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를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내가 안되는 건 실력 때문일 테고, 잘 되려면 실력이 좋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 하고, 김은영 배우와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추후 흑역사’가 되더라도 나중에 생각할 부분이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좋은 연출가와 배우, 그리고 누군가의 연인. 이 속에서 고민과 변화를 거듭하는 남연우 감독이지만, 결국 그의 최종 목표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남연우는 “배우로서의 갈증은 늘 있다. 그래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고 전했다. “저는 무조건 배우로서 하고 싶은 연기를 계속하는 게 꿈”이라는 남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꿈은 부여받은 임무를 잘 하는 배우다. 계속 변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역할을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종 목표는 결국 훌륭한 배우에요. 연출자나 배우나 모두 영화를 하는 사람이지만, 중심은 연기였으면 해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레진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