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그룹 클레오 출신 가수이자 필라테스 강사인 채은정에게 ‘미스트롯2’는 좋은 도전이자 추억이 됐다.

채은정은 지난해 12월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미스트롯2)에 출연, 트로트에 도전해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다. 원조 아이돌인 그가 트로트 곡에 맞춰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를 보여줘 화제가 됐다.

그는 “도전이라기 보다는 도전 이상을 원했는데 도전으로 끝나 슬펐다. 생각보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굉장히 어렵고 역사도 깊고 출연하신 분들도 악에 받쳐서 칼을 갈고 나오시니 내가 섣불리 도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전으로 아름답게 마무리가 됐다”라며 웃었다.

클레오의 메인 보컬 출신이지만 트로트는 색다른 도전이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슬펐다”라고 했다. 채은정은 “영상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왜 나갔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이렇게 시대가 변했구나’ 싶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다. 몇 달이 지나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일주일 동안 멘붕이 와서 집 밖에 못 나갔다. 허무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몇 달 동안 준비를 했었다. 연습을 몇 시간 동안 매일매일 하고, 같은 곡을 정말 몇 천 번 연습했다. 하루에 몇 시간씩 했으니”라며 “그중 제일 못했다. 내가 왕년부 1번 타자로 나가기도 했지만 편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못했다. 그 무대가 끝나고 김성주씨와 인터뷰를 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내 표정이 썩소였다. 사람들은 아쉬워서 그런 줄 아는데 나는 내 자신에게 사실 너무 실망했다. 이렇게 못 할 수 있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 활동할 때는 데뷔곡이든 컴백곡이든 완벽하게 댄서분들이랑 짜서 가는데 내가 트로트를 잘 하던 사람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왕년부 1번 채은정’이라고 하니 일단 머리가 하얘졌다. 오디션 세대가 아니지 않나. 오디션을 봐서 데뷔하고, 연습생 생활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여태까지 10년 넘게 한 무대를 통틀어 가장 힘들었다. 신지와 붐은 나랑 동갑이고, 장윤정 등 대선배, ‘미스터트롯’ 입상자 등이 앉아있었는데 너무 긴장이 되며 못한 거다. 노래가 끝난 뒤 알았다. 직감적으로 떨어졌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떨어졌다. 지금은 보면서 ‘잘했네’ ‘괜찮네’ ‘카리스마 있네’ 하지만 사실 흑역사로 남을 것 같다”며 웃었다.



채은정이 ‘미스트롯2’에서 선곡해 부른 곡은 박주희의 ‘오빠야’다. 채은정은 “박주희 언니와는 ‘미스트롯2’ 출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언니랑 굉장히 많은 고민 상담을 했다. 어떤 곡을 할 것인지. 언니 앞에서 노래도 들어보고 수업도 해주고 했다. 트로트에 대해 본인 노래 중 ‘이런 게 있다’ ‘이건 너랑 잘 맞을 것 같다’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언니 자체는 ‘오빠야’랑 맞지 않았는데 나랑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자기야’랑 잘 맞았는데 이 곡은 너무 많은 분들이 불러서 그랬고 ‘오빠야’라는 노래가 맞지 않을까 해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채은정은 “노래보다 퍼포먼스랑 의상에 너무 많은 비중을 뒀다. 옛날 아이돌 스타일로 접근한 거다. 어떻게 보면 그게 실수였던 것 같다.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고 준비를 많이 해서 노래 자체에 신경을 생각보다 못 쓴 것 같더라. 거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고 했다.

가장 높은 연차를 가진 도전자들이 속한 ‘왕년부’에 이름을 올린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채은정은 “사실 그게 무슨 부가 될지는 들어가기 전까지 말을 안 해주고 도착하면 ‘저쪽으로 가시라’고 한다. 그래서 진짜 몰랐다. 그때는 ‘현역부’ ‘아이돌부’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다 따로 있더라. 그걸 보니 내가 느끼고 있는 것보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다. 근데 또 막상 들어가니 내가 활동할 때 봤던 분들이 다 계시더라. 우리끼리는 몰랐다. ‘우리가 왜 왕년부야?’ ‘이건 아니지 않나?’ 했는데 다른 부 아이들 상태를 보니 우리가 왕년부가 맞구나 싶었다. 스스로 깨닫는데 한 시간 정도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의외의 출연진이자 대단한 출연진으로는 씨야의 김연지와 영지를 꼽았다. “친하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팬이 됐다”라고 운을 뗀 채은정은 “나와 활동이 겹치지는 않았다. 시야 데뷔는 클레오 데뷔와는 차이가 있다. 씨야 노래를 노래방에서 좋아했던 정도인데 너무 잘하시더라. 두 분 다 올라갔지만 실제로 들으면 소름 끼칠 정도였다. 김연지와 작곡가 분의 대화를 들으면서 실제로 무대에서 울었다. 조영수와 대화를 할 때, 나도 예전에 나와 함께 돈독하게 작업했던 프로듀서, 작곡가들이 떠올라 뭉클했다”라고 했다.



반가웠던 사람은 이재은과 그룹 스페이스에이 출신의 김현정이라고 했다. 채은정은 “현정 언니는 이번에 목사님과 결혼도 하고, 굉장히 새로웠다. 대기실에 있으면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하지 않나. 그래서 생각이 난다. 또 오승은 언니가 보고 싶은 게 정말 엄마처럼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입에 넣어주고 덮어주고 했다. 같이 떨어지고 짐을 싸서 나올 때도 내가 속상해서 울었는데 그때도 마치 나를 원래 알던 친구처럼, 언니처럼 ‘괜찮아. 재미있었으면 됐고 좋은 추억이야’라며 위로해줬다. 지금도 승은 언니가 열었다는 카페에 가보고 싶다. 돈독해졌다”라며 고마워했다.

참가자 중에서는 외국인으로 화제를 모은 마리아에 기대를 걸었다. 채은정은 “그분은 전에도 다른 방송을 많이 타지 않았나. 찾아보니 그때 봤을 때는 ‘외국인도 하네’ 이 정도였는데 노래하는 것을 들으니 우리 노래를 하시는 분들보다 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현미씨 노래가 어렵지 않나. 연습할 때도 사실 주현미씨 노래를 하고 싶었는데 포기했다. 그렇게 잘하시는 것을 보고 인상도 깊었지만 현실감도 왔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데 외국인도 우리 트로트를 이렇게 불러준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라고 했다.

초등부, 중고등부 등에도 기대를 내비쳤다. 채은정은 “대기실에 가면 어린 친구들이 노래 연습을 하는데 우리끼리 ‘뭐야’ 했다. 정말 크게 연습을 하는데 듣다가 ‘그냥 집에 가자’라고 했다. 빛을 발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경솔했다는 생각도 든다. 도전으로 했어야 했는데”라며 “나도 어찌 보면 데뷔 때보다 더, 멍들고 피날 정도로 매일 연습했는데 이건 좀 다른 분야구나 싶었다.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란 느낌을 받았다”라고 했다.



호성적을 거두면 트로트 앨범을 낼 생각도 했지만 “좋은 도전으로 끝났다”라며 “세미 트로트 등을 내서 밝고 신나는 활동을 해볼 마음이 있었지만 추억이 됐다.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에도 트로트의 매력에는 푹 빠졌다며 “어릴 때 아이돌로 데뷔하다 보니 그때 당시에 우리가 하는 노래에만 집중하지 않나. 그래서 트로트를 깊이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트로트를 연습하면서 보니 가사가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 너무나 우리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어서 여러 노래들이 어릴 때 같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는 달리 너무 와닿더라. 멜로디가 가요에 비해 훨씬 단순하다. 1, 2절 반복이 많고 신나는 건 정말 신나고, 트로트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또 아무리 노래를 잘해서 트로트 창법, 스킬은 다른 거구나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트로트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작곡가, 노래 선생님을 찾아가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갑자기 하려니 한계가 있더라. 전문가가 꾸준히 트로트에 애정을 갖고 하지 않으면 쉽게 도전할 분야가 아니라고 느꼈다”라며 거듭 트로트의 높은 벽을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