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제목과 달리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다룬 작품은 아니다. 그보다 더 넓은 관점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말하며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건든다.

19일 개봉된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은 출퇴근길 항상 자신에게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진아(공승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진아는 '홀로 사는 사람'이다. 퇴근 후 TV를 보며 간단하게 도시락을 먹는 것이 취미이며 점심시간 혼밥(홀로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마주하면 인사보단 피하기가 먼저이고, 자신에게 항상 인사를 건네는 옆집 남자도 불편할 뿐이다.

유일하게 가족이라 생각했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기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회사 사람들에도 별 피해를 주지 않고 매달 최고 실적을 내고 있어 그의 방식은 인정받는다. 그렇게 진아는 "혼자가 편하다"며 스스로 고립되길 선택한다.


진아의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과 닮아있다. 나이가 많건 적건, 홀로인 삶을 원했던 원치 않았던, 많은 이들이 홀로 사는 삶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혼밥과 혼술 등도 어느새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단어들이 됐다. 하지만 삶의 방식이 바뀜에 따라 고독사, 우울증 등 사회적인 문제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진아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런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룬다. 옆집에서 사람이 죽고 시간이 오래 흘러 악취까지 나지만 이를 알지 못했던 진아의 이야기부터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게 된 남편까지. 영화는 다양한 연령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홀로족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영화는 현대인들에게 '홀로인 삶이 진정으로 괜찮냐'는 질문을 건넨다. 진아는 옆집 남자의 죽음,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신입사원 수진(정다은)과의 만남 등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삶 속에 무엇인가 결여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틈은 점점 벌어지게 되고 그제서야 진아는 완전한 줄 알았던 삶이 사실 불완전했음을 깨닫게 된다. 진아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기도 한 바, 그를 통해 자신의 인생도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홀로 사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거나 안타깝게 그려내는 건 아니다. 영화가 건네는 질문 역시 강압적이기보단 따스하고 부드러우며, 담아낸 메시지 역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법한 내용이다. 삶을 살아가며 한 번쯤 느꼈을 외로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좀 더 완전한 삶을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한다. 외로움이란 홀로 살던 함께 살던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 가운데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영화에 출연한 공승연의 연기는 꽤나 훌륭하다. 담담하게 진아의 감정을 표현하다가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히 연기해 몰입도를 높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