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뻔하디 뻔하다. 좋은 소재와 액션의 존재감을 묻혀버리는 식상한 전개에 발목 잡힌 '유체이탈자'다.

24일 개봉되는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액션 영화다.

일단 소재 자체는 좋다. 흔한 유체이탈이라는 소재에 12시간마다 주인공의 몸이 바뀐다는 콘셉트를 더해 신선한 설정을 완성했다. 여기에 영화는 강이안(윤계상)이 자신을 찾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 '내가 찾는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건네며 고민의 여지를 남겨둔다.

전개 중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 또한 훌륭하고 완성도가 높다. 마치 '존 윅' '본' '007' 시리즈를 보는 듯한 타격감을 잘 살린 총기 및 맨손 액션, 속도감 있는 카체이싱이 연달아 펼쳐지며 108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 전개다. 중후반부터 펼쳐지는 식상한 전개와 반전 탓에 초반부터 이어져 오던 텐션이 무너진다. 일단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강이안이 기억을 되찾는 순간이 그러하다. 하이라이트이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플래시백 형태로 강이안의 잃어버린 기억을 모두 보여주지만,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급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바람에 반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반전의 놀라움보다는 당황스러운 감정이 앞선다.

더군다나 반전은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초반부터 대놓고 최종 빌런의 정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의심을 다른 인물로 돌린다거나 관객의 시선을 돌릴만한 맥거핀도 없이 최종 빌런의 정체를 한 사람으로 특정해 놓고 몰아간다. 마치 관객에게 최종 빌런의 정체를 전시하는 느낌이다. 그러니 반전의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빌런을 다루는데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초반까지만 해도 철두철미하고 완벽주의자 성향이었던 빌런은 정체가 공개되고 난 후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으레 빌런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을 그대로 답습해 보여준다. 전형적이고, 단편적으로 그려지니 빌런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같은 변화의 이유에 설득력이 부족하고, 고민 없이 '마약'으로 퉁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작품의 장점이었던 액션마저도 이 부분에서는 멕아리 없이 끝난다.

킬링타임 용으로는 손색없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범죄도시'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뭉쳤지만, 전작만큼의 시너지는 없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유체이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