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올해에도 역시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1위의 자리는 넷플릭스의 차지였다. 티빙과 웨이브 등 토종 OTT들도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방하는데 성공하며 약진했다.

◆ 부동의 1위 넷플릭스, 위협적인 토종 OTT의 성장

넷플릭스가 K-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에 힙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OTT 순위 1위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MAU(월간순이용자수, 모바일인덱스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서더니, 11월엔 '마이 네임'과 '지옥'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치인 1253만 명을 달성한 것.

웨이브와 티빙이 가만히 있던 건 아녔다. 지난해 자체 콘텐츠의 부족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두 플랫폼은 이 점을 보완하며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 중인 상황이다.

두 플랫폼의 MAU는 올해 하반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와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등 자체 콘텐츠들이 인기를 끈 덕분이었다. 11월 기준 웨이브의 MAU는 전년도 대비 70만 명 가까이 상승한 457만 명을 기록했고, 티빙의 경우 전년도 대비 100만 명 이상 늘어난 396만 명을 달성하며 자체 콘텐츠 확보가 시청자 유입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증명했다.

'어느 날'과 'SNL'을 선보인 쿠팡플레이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와우멤버십 이용자들에 기댄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쿠팡플레이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쿠팡플레이는 2021년 첫 론칭부터 10월까지 매월 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1월엔 268만 명의 MAU를 기록하며 국내 OTT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토종 OTT들은 1위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콘텐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먼저 티빙은 올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낸 '유미의 세포들'과 '술꾼도시여자들' 등의 후속편 제작을 이미 확정했으며 2023년까지 4000억 원을 추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웨이브 역시 2025년까지 1조 원을 쏟아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며, 쿠팡플레이의 경우 올해 이미 1000억 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이듬해에는 수지와 정은채 등이 출연하는 '안나'를 계획 중에 있다. 때문에 내년에는 더 치열한 OTT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TV+, 디즈니+

◆ 애플TV+와 디즈니+의 예상 밖 부진

이처럼 넷플릭스와 토종 OTT 등 대부분의 플랫폼들이 2021년 팬데믹 기간 동안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됐다는 점도 OTT 플랫폼 입장에선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했다. 반면 기존 플랫폼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흥 OTT 애플TV+와 디즈니+는 기대에 못 미친 첫 달 성적을 기록했다.

먼저 이선균 주연의 '닥터 브레인'과 함께 지난달 4일 국내 OTT 시장에 발을 들인 애플TV+는 팬층이 두터운 애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애플 전용 서비스와 함께 멤버쉽이 묶여 있다보니 애플 사용자가 아니라면 구독의 메리트가 없었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 또한 '닥터 브레인'을 제외하면 볼거리가 없다보니 점차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론칭 전까지만 하더라도 넷플릭스의 강력한 라이벌로 손꼽혔던 디즈니+도 마찬가지다. 디즈니+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등 독보적인 지적재산권(IP)과 넷플릭스에 비해 저렴한 구독료(월 9900원)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독자들이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디즈니+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점이었다. 애플리케이션의 완성도는 낮았고 자막의 퀄리티는 디즈니가 약속했던 것과 달리 형편없었다. 이 여파로 디즈니+는 1주일 만에 무려 30%에 달하는 사용자를 잃게 됐다. 넷플릭스와 비교해 보면 성적은 더 처참하다. 11월 평균 DAU(일사용자수)는 넷플릭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심지어 이 수치조차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디즈니+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10월 진행한 APAC 콘텐츠 쇼케이스 당시 총 일곱 작품을 소개했지만, 이중 현재 시청할 수 있는 건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과 '블랙핑크 더 무비' 단 두 작품 뿐이다. 다만 이조차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부르기엔 아쉽기만 하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은 SBS '런닝맨'과 별다를 게 없는 스핀오프일 뿐이고 '블랙핑크 더 무비'도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먼저 공개된 바 있다. 12월 중 '설강화'의 VOD를 독점 제공할 예정이라곤 하지만 이 역시 JTBC에서 판권을 구매해 서비스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디즈니+의 상승세를 이끌어가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다행히 '너와 나의 경찰수업'부터 '무빙'으로 이뤄진 라인업이 구독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이 중 촬영이 종료돼 후반 작업에 들어간 건 강다니엘·채수빈 주연의 '너와 나의 경찰수업'과 서강준·이시영 주연의 '그리드' 단 두 개의 작품에 불과하다. 심지어 두 작품 모두 11월 중에서야 크랭크업 됐으며, 윤계상과 서지혜가 출연하는 '키스 식스 센스'는 여전히 촬영이 진행 중이다. 500억 대작 '무빙'의 경우 8월 말 크랭크인 됐기에 공개가 되기까지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 상황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애플TV+, 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