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브로커'가 극장가에 찾아온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제작 영화사 집)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3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특히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첫 남우주연상과 에큐메니컬상 수상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 송강호는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 역을, 강동원은 베이비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 동수 역을 연기한다. 이지은은 아기 우성의 엄마 소영 역으로 분하며, 배두나와 이주영은 두 브로커를 현행범으로 잡고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 형사 수진과 이형사 역을 맡아 극을 가득 채운다.

◆ "오랜만에 돌아온 극장, 기쁘고 반갑다"

이날 '브로커'의 배우들은 극장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반가움을 전하며 일정의 포문을 열었다.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극장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돼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관객분들도 그렇고 영화인들도 그렇고 하루빨리 이런 날이 오길 기대했는데 그동안 준비해왔던 작품들을 소개하는 이런 자리가 생겨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라는 소감을 밝혔고, 강동원은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다시 극장에서 뵐 수 있어 반갑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지은은 "상업영화 첫 데뷔작인데 이렇게 멋진 선배님들과 작업할 수 있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너무 많은 분들이 환대해 주셔서 아직도 얼떨떨하고 설레는 상태다. 좋은 마음으로 영화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이야기했으며, 끝으로 이주영은 "칸에서부터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모쪼록 재밌게 영화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 송강호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 기분? 순간 패닉이었다"

송강호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소감도 전했다. 그는 "칸 영화제는 워낙 적은 상을 주는 걸로 유명하지 않냐. 상을 받을 수 있는 건 3분의 1, 21편 중 7편 뿐이다. 확률이 굉장히 낮다. 폐막식 전 12시 가까이 전화를 주는데 그때 가장 긴장이 되고, 전화를 받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것이라도 한 개의 상이 주어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복기가 잘 안되는데 순간 패닉이 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쁨에 앞서 꿈인가 생시인가 몇 초간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영국 런던에 있는 봉준호 감독, 한국의 김지운 감독에게서 문자가 왔다. 유튜브로 그 새벽에 보고 있더라. 쭉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시고 과찬을 받고 있어 몸둘 바를 모르겠다. 감동을 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며 웃었다.


◆ 고레에다 감독이 '브로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브로커'는 베이비박스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많은 소재 중 베이비박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세 가지 종류의 상자를 영화 속에 넣어놨는데, 일단 첫 번째 박스는 소영이가 아이를 놓고 가는 베이비 박스이고 두 번째는 아이를 팔려고 하는 브로커들이 타고 있는 차량을 하나의 박스라 해석했다. 브로커를 쫓는 경찰들이 타고 있는 차량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선악의 경계선이 흐려진 지금 이 사회를 하나의 큰 박스로 봤다. 점차 커지는 박스 속에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 또 그 상자 속에서 아이가 축복을 받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 "소통 어려움? 전혀 없었다"

그런가 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출신으로 한국 배우들과는 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처음엔 그런 부분 때문에 우려가 있었다고.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소통을 많이 하려 노력했다"라는 고레에다 감독은 "확실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의견 대화를 많이 나눴다. 촬영을 하기 전에는 손 편지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송강호 배우님이 그날 그날마다 편집본을 꼼꼼히 봐주시고 테이크의 차이를 비교해 주시기도 하셨다. 뉘앙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많이 주셨다. 덕분에 신뢰를 갖고 의지하며 작업했고, 크랭크인부터 크랭크 아웃까지 이런 소통관계를 유지했다. 덕분에 불안감을 많이 잊은 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화 차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을 나눠서 생각하진 않는다. 이번에 한국 배우분들과 호흡한 이유 역시 그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일해보고 싶은 배우분들이 한국에 많았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 영화가 실현된 것에 굉장히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저희가 다루고 있는 소재 역시 생명을 다루고 있기에 한국 일본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주제라 생각한다.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문화의 차이를 떠나서 모든 나라가 생각해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를 들은 송강호 역시 "저희 작품은 고귀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국 분들과 일본 분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