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어겐마' 제이(본명 유정수), 김유리 작가가 종영 소감을 밝혔다.

제이, 김유리 작가는 최근 티브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극본 제이·연출 한철수, 이하 '어겐마') 종영 소회를 전했다.

'어겐마'는 인생 2회차, 뛰어난 능력치의 열혈 검사의 절대 악 응징기를 그린 작품이다.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다 죽임을 당한 검사가 20대로 회귀해 미리 알고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계획 준비한 뒤 이를 토대로 하나씩 무너뜨리며 이전 삶에서 못다 이룬 복수를 완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어겐마'는 연기파 배우들이 뭉친 탄탄한 라인업,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 악의 이너서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정의파 크루의 활약이 몰입도를 더하는 등 방송 내내 10%대 안팎의 고른 시청률을 유지하며 2022년 상반기 화제작으로 손꼽혔다.

이하 제이, 김유리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어겐마' 종영 소감은?

A. 제이 : 제작진을 비롯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추운 겨울을 지나 올해 5월까지 촬영을 했습니다. 팬데믹 기간이었는데 무사히 방송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어겐마'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 덕분에 방송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유리 :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데 '어겐마'가 시청자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마음이 놓입니다. 한겨울에 촬영하느라 힘든 순간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탈하게 마무리해주셔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Q. 이준기 등 배우들에게 고마운 점이 있다면?

A. 제이 :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특히 이준기 씨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걱정했는데 감독님과 함께 촬영장을 즐겁게 리드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연기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 중 김희우가 환생한 것처럼 보일 만큼 대체불가 배우였습니다. '어겐마'를 하면서 이준기 씨의 팬이 되어버렸고 앞으로도 응원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겐마' 배우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할 것입니다.

김유리 : 마지막 회를 보고 이준기 배우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준기가 아닌 김희우는 상상이 안 된다고요. 그만큼 캐릭터를 완벽 그 이상으로 소화해준 배우입니다. 작품을 대하는 열정은 작가인 저를 반성하게 할 만큼 엄청났고요. 작가가 배우를 신뢰할 때 대본이 더 활력을 갖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저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100%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겐마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A. 제이 : 희우가 환생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집이었습니다. 이전 생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을 다시 만나는 희우의 모습을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김유리 : 12부에서 조태섭이 희우와 김석훈을 불러 식사하는 씬이 있습니다. 조태섭의 질문에 희우가 위기에 빠지죠. 진실을 말하면 김석훈이, 거짓을 말하면 조태섭이 희우를 칠 상황이라서요. 쓸 때는 몰랐는데 영상으로 보니 세 배우에게서 뿜어나오는 긴장감이 엄청났습니다.

Q. 이준기, 김지은, 김재경, 홍비라 배우들의 연령대가 다양한데 동갑으로 설정한 가장 큰 이유는?

A. 제이 : 인생 1회차 김희우는 빵셔틀에 가난하고 친구도 없는 외로운 학생이었습니다. 그랬기에 희우는 2회차 인생이 주어졌을 때 주변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김희우 크루를 만들어갔습니다. 마찬가지로 희우는 극중 같은 연령대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의 즐거움을 알아갔습니다. 인생에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와 어려울 때 서로 도와줄 친구는 누구나 필요한 법입니다.

김유리 : 먼저 원작에서의 설정이 그리하였고, 아무래도 회귀한 희우가 활동하며 조력자들을 구하는 데는 같은 시기를 보내는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됐기에 원작의 설정을 가져가게 됐습니다.

어겐마

Q.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웹소설과 웹툰을 각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제이 : 원작 웹소설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극적인 에피소드가 많아 재미있었습니다. 원작을 추천한 감독님과 원작을 제공해주신 삼화네트웍스와 크로스픽쳐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집필 중 원작의 의문점과 미흡한 부분을 애프터서비스해준 원작자 이해날 작가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사실 회귀라는 설정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부분이고 가장 극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두 번째 인생을 산다면? 제작진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돈이 아니라 정의와 복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라는 테마가 원작에 확실하게 그려졌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한 회귀물에서 부동산이나 주식, 비트코인 같은 소재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집필 당시 한창 부동산 폭등기였고 청년 세대들의 영끌, 벼락거지 등 자산 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시기였습니다. 타인의 비극이 주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했고 환생한 김희우가 부를 쌓아나가는 과정보다 빠른 전개로 정의구현에 앞장서서 사이다를 날리는 것이 불필요한 비판을 피해가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작에 있는 부동산을 통해 부를 쌓아나가는 부분은 최소화했습니다.

김유리 : 흔히 사이다 전개라고 하는 웹소설,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갈등과 대립을 고조시키고 풀어나가야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기존 독자들과 드라마 시청자 사이의 갭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16회라는 한정적인 시간 안에서 방대한 사건들을 압축하는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하여 자연스럽게 원작의 장점인 사이다 전개를 살리면서 드라마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 쪽으로 집필 방향을 잡게 됐습니다.

Q. 일각에서는 서브 빌런을 잡는데 많은 시간을 쏟은 나머지 메인 빌런 조태섭을 잡는 전개가 굉장히 빨라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연장 방송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없었는지?

A. 제이 : 분량이 많았다는 건 인정합니다. 매회 분량이 넘쳐서 꼭 필요했던 씬들을 덜어내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희우가 규리의 집을 경매로 낙찰받는데 낙찰받는 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아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래는 희우가 돈을 모으는 과정이 있었는데 시간 초과로 편집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상만이 건물에서 떨어지기 전 한실장이 조태섭의 지시에 따라 희우와 상만이 같이 있는 사진을 확보해놓고도 보고하지 않고 고민에 빠지는 장면 등 상만이 위기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그려졌지만 분량이 넘쳐서 편집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편성 시간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그걸 맞추지 못한 건 작가의 큰 실수입니다. 메인 빌런 조태섭을 무너뜨릴 때 가장 강렬한 사이다 한방이 필요했는데 그 부분도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유리 : 내용상으로는 '연장했어도 됐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어쨌거나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16회로 엔딩했으니까요.

Q. '어겐마'는 작가님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지?

A. 제이 : 작가에게 작품은 새끼입니다. 자식새끼만큼 애틋한 존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겐마'를 떠나 보내는 게 아쉽지만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회를 주신 삼화네트웍스와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유리 : 애착이 큰데 아직 떠나 보내지 못해서 기억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어겐마'는 아직 제 가슴에서 현재형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