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됐던 방송가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주해졌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엔데믹(풍토병화) 추세로 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대면 행사, 방청 등을 무기한 미뤄오던 방송가에도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해외 촬영이 재개되고 방청객 모집이 시작되는 등 방송 제작 환경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방청객 돌아왔다, 활기 넘치는 스튜디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방청객의 귀환이다. 앞서 일부 오디션 경연 예능이 방청객을 받아 촬영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감염병 예방을 위해 녹화 현장에서는 침묵을 지켜야 했다.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가 이뤄진 5월부터는 실내에서도 함성을 지르는 방청객들의 모습이 카메라 곳곳에 잡히며 프로그램들이 생기를 되찾았다.

가장 크게 변화를 체감하는 것은 음악방송이다.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Mnet '엠카운트다운' 등이 방청 신청을 다시 받기 시작하면서 2년 간 생이별을 해야 했던 가수들과 팬덤의 만남이 재개됐다. 팬데믹 기간에 데뷔한 가수들은 객석이 가득 찬 무대, 팬들의 실시간 응원을 낯설어하며 적응의 기간을 가지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6월 초에는 '엠카운트다운'이 방탄소년단 컴백 무대 사전 녹화장을 장충체육관으로 잡고 4000명의 방청객을 모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방청에 참여한 한 관객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고 행동의 제약은 있었지만, 떼창을 하고 응원 구호를 외치는 등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어느 정도 회복된 느낌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청객이 돌아와 다시 활기를 찾은 프로그램들도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는 2년 만에 '99인 판정단'이 돌아왔고, KBS2 '불후의 명곡' 또한 일부 패널의 투표를 받아 우승자를 선정하던 방식 대신, 방청객의 현장 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리는 기존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KBS1 '전국노래자랑'은 다시 야외무대로 나가 전국을 누비며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무대를 꾸미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지켜오던 MC 故 송해는 야외 녹화장에 돌아오지 못한 채 지난달 8일 별세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한 라디오 프로그램도 오픈 스튜디오를 다시 열고 팬들을 맞이했다. 방송사 스튜디오 창문 앞 삼삼오오 줄을 서 라이브 현장을 지켜보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야외에서는 수만 명 단위의 대규모 공연도 재개된 만큼, 라디오 제작진들 역시 공개방송 등을 기획해 청취자들과 다시 대면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 해외 촬영 재개, 여행 예능 부활 신호탄

지난 2년 간 해외 출국 과정에 제한이 생기면서 속속 중단됐던 해외 촬영도 재개됐다. 국내, 스튜디오 촬영 위주의 촬영 방식을 통해 제작에 나서던 방송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시작했다.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 참여 일정을 담은 tvN '뜻밖의 예능'의 미국 현지 촬영을 시작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이미 현지 촬영에 나섰다. 댄스 버스킹을 주제로 다룬 JTBC '플라이 투 더 댄스'는 미국에서 촬영을 마쳤다.

특히 여행 예능의 부활이 기대를 더하고 있다. MBC 새 여행 예능 '도포자락 휘날리며'는 덴마크 현지 촬영을 마치고 첫 방송을 준비 중이며, 유럽에서 캠핑에 나서는 출연진의 이야기를 담은 tvN '텐트 밖은 유럽'도 현지 촬영을 준비 중이다.

또한 KBS2 '걸어서 세계 속으로', EBS '세계테마기행' 등도 이미 해외 촬영을 시작해 7월 중으로 기존 방송 형태로 돌아가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 심리가 극대화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또한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또한 외국인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하는 기존 포맷으로 돌아간다.

다만 아직까지는 모든 나라가 안전한 상황이 아니기에, 각 방송사들은 해외 촬영에 앞서 장소를 물색하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촬영을 앞둔 해외 현지의 코로나19 확산 상태, 자가격리 규정 등을 출국 직전까지 다각도로 살피며 제작 계획을 짜고 있다. 현지에 가서도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등 팬데믹 이전과는 달리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다"라고 이야기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MBC에브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