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면서 공연계도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뮤지컬 '엘리자벳'과 배우 옥주현을 중심으로 인맥 캐스팅 논란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장기화되는 등 회복세에 접어든 공연계에 찬물이 끼얹어지기도 하는 사건이 있었다.

◆ '띄어앉기 안녕', 정상 궤도 진입한 공연계

3일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 연극·뮤지컬·클래식·무용·국악 등을 망라한 공연계 전체 매출액(유 ·무료를 집계한 총 예매수, 수기 발권 제외)은 약 4598억원이다. 지난해 동일 기간 매출인 2566억원에 비해 약 2배가량이 늘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띄며 회복 양상을 보이던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에 들어 정상 궤도에 돌입했다. 전년 동일 기간 대비 2배에 가까운 기록을 낸 것은 물론, 극장을 찾는 관객 수도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고 꾸준히 증가하면서 6월에만 114만명 이상이 극장을 찾는 등 공연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객석 전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매출액과 관람객 수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안전제일 주의로 기존 작품들 위주로 라인업들을 짜는 대신 신작들이 다수 선을 보이는 등 질적인 면에서도 성장을 꾀했다.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된 배우나 스태프들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연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격리 기간이 일주일로 줄어들고 밀접 접촉자를 구분하는 기준도 완화돼 공연 팀 전체가 멈춰서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2월까지 정점을 찍었던 공연팀 내 집단 감염 사례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 "아사리판보다 옥장판", 뮤지컬계 발칵 뒤집은 '인맥 캐스팅' 논란

뮤지컬 마타하리 출연 중인 배우 옥주현

이처럼 공연계 전반에 다시 웃음꽃이 핀 가운데, 의외의 곳에서 사건이 터졌다. 6월 13일 전체 캐스팅을 공개한 뮤지컬 '엘리자벳' 팀과 주연 배우 옥주현을 둘러싸고 인맥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주인공 시씨 역에 옥주현 이지혜가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누리꾼들은 유력한 캐스트로 이름을 올리던 김소현이 명단에서 빠진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날 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자신의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 이제는 옥장판"이라는 옥주현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리며 논란이 시작됐다. 옥주현과 같은 배역을 맡은 이지혜가 절친한 사이이며, 이지혜가 옥주현이 이사로 있는 소속사에 속해있음과 동시에 감사로 이름을 올리며 두 사람이 특수관계인이 됐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져갔다.

이후 옥주현은 김호영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자 뮤지컬계 대선배인 남경주 최정원, 음악감독 박칼린이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이 동참해달라"라는 취지의 호소문을 내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이들은 동료 사이에 고소 사건이 벌어진 것을 유감스럽다고 표현하며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며,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현역에서 활동 중인 여러 배우들이 동의의 뜻을 드러내며 연대해 뮤지컬계 전체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옥주현은 논란 끝에 이틀 만에 김호영을 향한 고소를 취하하고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이후 옥주현 개인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으나, 그는 "무대 위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침묵을 택했다. 논란은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스타 한 사람이 캐스팅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권력을 쥐게 만드는 기형적인 형태의 '스타 캐스팅'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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