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군대와 복권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만듦새 좋은 코미디 영화를 완성해 놨으나, 한끗이 모자르다. '적정선'이라는 번호 하나만 더 맞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영화 '육사오'다.

24일 개봉하는 '육사오'(감독 박규태·제작 티피에스컴퍼니)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 간의 코믹 접선극.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는 전역을 앞두고 미래를 고민하던 중 우연치 않게 바람을 타고 온 로또 1등 당첨번호가 적힌 종이를 손에 넣는다. 기쁨도 잠시, 아이러니하게도 종이는 다시금 바람을 타고 북쪽을 향해 날아가고 로또를 되찾기 위해 철조망을 넘어선 천우는 군사분계선 앞에서 종이를 쥔 용호(이이경)를 만나게 된다.

일단 영화의 만듦새는 꽤나 훌륭한 편이다. 그간 국내 다수의 코미디 영화들이 웃음만을 쫓다 스토리와 개연성을 놓쳐버려 허탈한 아쉬움을 준 것과 달리 '육사오'는 서사를 기승전결 구조에 맞춰 탄탄히 구축해 놨다. 덕분에 영화 자체만으로도 보는 맛이 있다. 특히 최근 큰 인기를 끈 '신병'이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의 군대 코미디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신병'이 현실감 넘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코믹스러운 소재를 넣어놨던 것과 달리, '육사오'는 로또 당첨금을 얻기 위해 북한군과 공조한다는 다소 판타지스러운 세계관을 배경으로 밀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

이런 코미디 신들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힘을 낼 수 없겠지만,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살신성인 연기에 힘입어 시너지를 200% 발휘한다.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발휘하며 의도치 않게 북한의 총애(?)를 받게 되는 천우나, 당첨금을 찾으러 은행에 갔다가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리며 방황하는 민철(곽동연) 등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며 재미를 더한다.

'육사오'처럼 북한군에 대해 다루는 영화는 한 가지 더 조심할 부분이 있다. 아무리 과거 한민족이었다곤 하지만, 현재 종전한 것이 아닌 휴전 중인 상황이기에 지나치게 북한군을 아름답게 포장할 시 미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 이런 면에서 '육사오'는 적절한 선을 잘 지켜냈다. 코미디 장르라는 테두리 안에서 '북한 역시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는 뉘앙스만 주며 가볍지도, 과하지도 않게 표현해냈다. 덕분에 북한군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 없이 코미디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유쾌한 코믹 신들과 참신한 소재까지, 더할 나위 없는 웰메이드 코미디 한 편이다. 유일한 아쉬움을 꼽자면 웃겨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가끔씩 선을 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이 정도면 됐다, 만족스럽다 싶은데 괜히 한 발 더 나가 '뇌절'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코믹 신이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탓에 영화가 다소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힘을 줄 곳은 주고, 뺄 곳은 확실하게 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그나마 엔딩은 선을 넘지 않고 담담히 마무리돼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킨다.

완벽하진 않지만 볼만한 코믹 영화가 탄생했다는 건 분명하다. 늦여름에 개봉하는 '육사오'가 관객들에 시원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육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