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모든 것이 새롭다. 로맨스의 대가 김은숙 작가가 장르물을 내놓으며 첫 넷플릭스 작품에 도전했고, 송혜교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차가운 복수자로 변신해 '더 글로리'에서 만났다.

20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 제작발표회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은숙과 '비밀의 숲', 'WATCHER(왓쳐)', '해피니스'에서 치밀한 연출력을 선보인 안길호 감독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주인공 문동은 역은 송혜교가 맡아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문동은의 편에 선 조력자 주여정 역은 이도현, 강현남 역은 염혜란이 맡았다. 문동은에게 악몽 같은 고통을 선물한 박연진 역은 임지연, 박연진 남편인 전재준 역은 박성훈이 맡았다. 또 다른 가해자 전재준 역은 박성훈이 연기한다.

◆ "학폭 피해자 향한 응원", 김은숙 표 복수극

더 글로리, 김은숙 자가

김은숙 작가는 "한 마디로 하면 복수극이다"라고 작품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했다. 그는 "내일 모레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의 어머니다. 학부모다 보니 학교폭력이라는 소재가 내게는 가까운 화두였다. 나는 나 때문에 딸이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딸이 어느날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했다. 그게 첫번째 충격이었다"라며 "이어서 딸이 나한테 '엄마는 내가 누구를 죽도록 때리고 오면 마음이 아플 거 같아, 아니면 내가 맞고 오면 마음이 아플 거 같아?'라고 물었다. 그 순간 많은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서 작업실에 와서 컴퓨터를 켰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다"라고 작품을 쓴 계기를 이야기했다.

이어 김은숙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피해자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읽게 됐다.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는 분들이 많더라. 세속에 찌든 저로서는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얻어지는 게 뭘까 싶었는데, 그분들이 무언가를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폭력의 순간에는 인간의 존엄, 명예, 영광 등 보이지 않는 것을 잃게 되는데, 사과를 받아야 다시 원점이 되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짓게 됐다. 피해자분들을 향한 응원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간 로맨스 드라마로 이름을 떨쳐왔던 김은숙 작가에게도 '더 글로리'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그간 한 걸음 씩 전진해왔다고 생각했다. '자가 복제를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변화를 해오고 있던 와중에 넷플릭스를 만났고, 이제는 장르극을 시켜줄 거 같아 시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 같은 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대본을 너무 좋아해주셨다. 그래서 체면치레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했다. "다소 망나니 같은 이야기지만, 복수극 하면 1번 '존 윅', 2번 '더 테이크', 3번이 '더 글로리' 아니겠느냐"라며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 '이름 석 자'가 곧 믿음, 新 김은숙 사단 뭉쳤다

더 글로리, 박성훈 임지연 이도현 송혜교 염혜란 정성일

이름이 곧 브랜드인 김은숙 작가를 위시해 제작진과 배우들도 똘똘 뭉쳤다. 배우들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다며 입을 모았고, 안길호 연출은 "내 연출 인생 중 최고의 순간"이라며 김은숙 작가와의 협업에 기쁨을 드러냈다.

안길호 연출은 "작품이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어 끌렸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김은숙 작가님과 일한다는 영광과 함께 작품이 주는 울림, 재미적인 요소들이 좋았다. 좋은 배우들과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작가님과의 협업은 최고의 순간이었고 너무 좋았다. 작가님은 소탈하고 겸손하시고 늘 노력하시더라. 이래서 '김은숙, 김은숙' 하는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대본에 한 글자, 점 하나를 찍는데도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라고 말했다.

주연 송혜교는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송혜교는 "전작에서 좋은 인연을 맺어서 지금까지도 작가님과 잘 지내고 있는데, 이런 작품을 내게 맡겨주셔서 행복했다. 문동은 캐릭터를 맡게 해주셔서 영광이고, '더 글로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작업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도현 역시 "나도 첫 번째로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작가님과 감독님이었다.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라고 말했고, 임지연은 "이게 김은숙 작가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김은숙 표 장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박성훈은 "김은숙 작가님의 새로운 도전의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고, 정성일 역시 "모든 배우라면 팬이 아닐까. 제안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염혜란은 "김은숙 작가님 복수극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거절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다. 정말 한국적인 복수극이 나왔구나 생각했고, 일 대 다수의 복수극이고 인물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도 그들을 촘촘히 엮고 개연성을 부여해 감탄했다. '다음 거 언제 나와!'하고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송혜교의 서늘한 변신 "121% 활약"

더 글로리, 송혜교

송혜교가 연기한 문동은 캐릭터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자 차가운 얼굴의 복수자다. 송혜교는 "무방비 상태로 상처를 받은 인물이 오랜 시간 동안 복수를 계획하고, '나는 단단해졌어. 너희를 벌 줄 수 있고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라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쉽지는 않은 캐릭터였으나 대본에 충실하면 답이 나오더라. 내가 진실로만 표현한다면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송혜교는 "기존과는 다른 연기를 한 많은 신들이 있었는데, 모니터를 하면서 '내가 이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구나' 싶은 순간이 있었다. 희열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했고, 안길호 연출은 "120%를 이상을 해줬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은숙 작가는 "나는 좀 더 점수를 주겠다. 121%다"라며 "처음 가편집 영상을 받아보고 소름 끼쳐서 입 벌리고 아무것도 못했다. 송혜교에게 이런 표정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이런 걸음걸이가 나오는구나 싶었다. 사석에서 봤던 송혜교는 어디에도 없고 문동은만 있어서 너무 기쁘고 좋았다"라고 칭찬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더 글로리'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시즌2는 내년 3월 공개 예정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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