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임시완은 스스로를 ‘청개구리’라고 불렀다. 아이돌이었을 땐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연기에만 몰두했다면, 힘들게 배우로서 인정받고 나니 가수의 연도 놓고 싶지 않은 임시완은 ‘청개구리’가 맞다. 그 ‘청개구리 기질’의 이유엔 끊임없이 나아가고 싶은 임시완의 욕망이 담겨 있었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임시완은 드라마 ‘미생’, 영화 ‘불한당’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희원으로부터 이번 작품을 제안받았다고 했다. “네가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김희원이 건넨 대본이 임시완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첫 만남이었다.

그 첫 만남은 여전히 임시완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을 중요시한다는 임시완에게 이번 작품의 대본은 촘촘한 짜임새와 큰 반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임시완의 설명이다.

임시완이 연기한 준영은 극 중 우연히 나미(천우희)의 스마트폰을 주운 뒤 그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멀쩡한 허우대와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지만, 그 이면엔 연쇄살인마라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극에서 준영의 전사는 없다시피 하다. 왜 이 살인을 시작했고, 그 살해 수법에 왜 타인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저 타인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이고, 다음 타깃을 물색할 뿐이다. 임시완도 준영의 전사를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임시완은 “전사가 없어도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이번 캐릭터는 과거가 궁금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임시완은 준영의 살인 행각을 일종의 예술 행위라고 생각했다. ‘준영에게 살인은 컬렉션을 모으는 예술 행위’라는 간단하지만 명확한 설정을 부여해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고. 임시완은 이에 대해 “저는 이 친구가 아티스트로서 컬렉션을 모은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을 속이는 데 있어서 기술적으로 굉장히 능하다. 그래서 본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본인의 예술활동을 충족시켜 준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임시완은 단 한 장면도 진지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임시완은 “정말 모든 게 다 장난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장난스러운 모습들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걸 진지하게 하는 것보다 더 섬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촬영 직전 작품인 ‘런온’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준영이 나미에게 접근해 호감을 사는 과정들에서 ‘런온’ 속 멜로 무드의 모습들을 담아내면 준영의 악랄함이 더욱 크게 다가올 거란 계산에서였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섬뜩한 것도 당한 사람이 섬뜩하지 그 행위를 하는 사람 자체는 되게 재미있는 컬렉션의 과정이지 않나. 그런 것들을 즐기는 그런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임시완의 독특한 캐릭터 구축 방식은 극의 디테일을 바꾸기고 했다. 준영이 나미의 핸드폰으로 처음 그의 친구인 은주(김예원)와 통화할 때 AI 음성을 사용하는 장면이 임시완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임시완은 이에 대해 “치밀한 우준영이 그때도 자기의 정체를 최대한 안 드러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안드릴 때 걱정되긴 했는데 감독님이 흔쾌히 수락하셨다”라고 말했다.

임시완은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분 좋게 먹혀들었으면 좋겠다. 저에게 우준영이란 캐릭터는 연기적으로 채워 넣어야 할 게 많아 보여서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면서 “이다음에 다른 역할을 맡을 때 어떠한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인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라고 했다.

또한 임시완은 “어느 나라 특정해서 스마트폰 많이 쓰고 안 쓰고 그러지 않지 않나. 1인당 1대 보급이 일반적인 현상이 됐지 않나. 그만큼 현실 밀착형 공포감에 대해서 공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던 임시완은 배우로 전향한 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임시완은 배우뿐만 아니라 가수의 영역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제가 청개구리 기질이 좀 있는 것 같다. 아이돌 하면서 연기를 할 때에는 아이돌의 색깔이 많이 안 났으면 했다. 그다음에 연기자로 인정해 주시니까 ‘나는 가수도 한다’고 어필하고 싶었다”면서 “배우와 가수를 동시에 가지고 갈 수 있는 엔터테이너로 가고 싶다”라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임시완에게 배우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제작, 연출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 활동 중인 배우 이정재와 마동석은 좋은 롤모델이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사실 연기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그걸 뛰어 넘어서 다른 영역도 도전하시지 않나. 적어도 연기만을 고수하지 않고 여러 영역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보여주신 것 같다. 그걸 따라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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