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마치 10년 전 일요일 저녁에 가족들과 함께 '개그콘서트'를 보듯 편하고 유쾌하다. 97분의 러닝타임 동안 아무 걱정이나 고민 없이 편하게 웃으며 관람할 수 있는 영화 '웅남이'다.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며 '박대표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등의 유행어를 남겼던 박성광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욕' '슬프지 않아서 슬픈' 등 단편 및 저예산 영화만 만들던 그가 처음으로 장편 상업 영화를 제작하게 된 것.

22일 개봉하는 '웅남이'(감독 박성광·제작사 영화사 김치)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박성웅)이의 좌충우돌 코미디.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려 한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그린 '단군신화'를 유쾌한 아이디어와 함께 재해석한 작품이다.

작품은 시작부터 꽤 높은 완성도의 애니메이션으로 포문을 연다. 두 쌍둥이 곰 웅남이와 웅북이가 엇갈리게 된 계기를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것인데, 이 덕에 다소 판타지스러울 수도 있는 설정이 자연스레 현실과 맞붙는다. 만약 이걸 실사로 표현하거나 내레이션으로 어물쩍 넘겼다면 아쉬움이 남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 영화에 절로 몰입하게 만든다.

뒤를 이어선 코미디언 출신 감독 다운 유쾌한 신들이 연달아 펼쳐진다. 통통 튀는 재치 있는 대사부터 마치 '개그콘서트' 속 하나의 콩트 코너를 보는 듯한 신들이 이어지며 웃음을 유발한다. 몇몇 장면들의 경우 보는 이에 따라선 조금은 단조롭다 느낄 수도 있으나 취향만 맞는다면 웃음 타율은 꽤 높은 편이다.

더불어 박성웅, 이이경, 최민수, 염혜란 등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명품 배우들의 열연은 박성광 감독이 써낸 장난기 넘치는 대사들의 맛을 살린다. 특히 주인공 박성웅의 활약이 주목할 만하다. 이미 '내 안의 그놈'과 '오케이 마담', 그리고 최근엔 '사장님을 잠금해제'에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 본 적이 있는 그답게 능숙하고 능글맞은 표정 연기로 밋밋할 수도 있는 장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다른 사람이 소화했다면 오버스럽고 오글거렸을 장면들도 박성웅의 진지한 얼굴을 거치니 꽤 그럴듯한 개그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첫 장편 연출작인만큼 완벽하다 말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연출 순서에 빈틈이 보이고 웃음 포인트가 과하게 담긴 순간도 존재한다. 단군신화의 웅녀 이야기를 각색한 건 좋았지만 기대보다 단순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박성광 감독의 노력과 열정만큼은 박수칠만하다. 최근 다수의 작품들이 전반부의 높은 텐션을 후반부까지 제대로 끌고오지 못해 비판을 받곤 하지만 박 감독은 최대한 초반부의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했고, 코미디와 누아르 장르의 혼합도 이 정도면 합격이다. 무엇보다 작품 여기저기에 열심히 만드려고 한 흔적이 보여 박 감독의 다음 작품을 응원하게 만든다.

박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코미디언이 영화를 만든다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을 이겨내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며 "시사회를 진행해 본 결과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그렇게 부딪혀야 편견이 깨지던 없어지건 할 수 있다 생각한다. 코미디언도 코미디 외 다른 것으로 즐거움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라면서 계속된 도전을 통해 발전해나갈 것이라 약속했다. 코미디언 박성광은 이제 막 영화 감독으로 출발했을 뿐이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작품들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할 지 기대가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웅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