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뒤늦게나마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등록 말소 처분하고, 출판사 측에게 그동안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수익을 원작자에 지급하라 명령했다. 고(故)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전해진 조치 소식에 팬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최근 '검정고무신' 대표 캐릭터 기영이와 기철이를 포함한 9종에 대해 직권으로 등록 말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등록을 신청할 권한이 없는 자가 등록을 신청했다"라고 말소 처분의 근거를 설명하며 "형설출판사 장진혁 대표는 공동 저작자로 등록됐으나 저작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역시 17일 '검정고무신'의 출판사 측에게 불공정행위를 중지하고 그동안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미분배 수익금을 이 만화의 공동 작가(고 이우영·이우진)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향후 파생될 수익도 나누라 주문했다.

이는 문체부가 특별 조사팀을 꾸려 조사한지 네 달 만의 결론으로, 이들은 지난 3월 고 이우영 작가 사망 이후 예술인 신문고에 '검정고무신' 관련 신고가 다수 접수되자 특별 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특별 조사에 따르면 장 대표는 2008년 6월 저작권자간 체결한 사업권 설정 계약서의 해석을 근거로 그간 고 이우영·이우진 작가에게 투자 수익을 배분하지 않았다.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수차례나 계약 내용 변경을 요구했으나 이에 전혀 응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검정고무신'과 관련해 저작권자간 체결한 계약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금지한 불공정 행위가 있음을 확인했다. 강력히 조치해 피해 입은 예술인을 두텁게 구제해 '검정고무신' 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아직까진 가야 할 길이 먼 상태다. 문체부가 시정 명령을 내리긴 했으나, 출판사 측이 약속된 9월 14일까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과태료는 500만 원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 이 밖에도 문체부는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 및 배제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시정 조치 명령 공표도 명할 수 있으나 출판사 측에 큰 위협은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유가족 측은 오랜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고 이우영 작가의 동생이자 '검정고무신' 공동 작가 이우진은 이런 사태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고 소송이 끝나지 않았지만 불공정 계약 관행 속에서 고통받는 창작자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