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이승윤이 발칙한 사고를 담은 정규 3집 예고편으로 돌아왔다.

이승윤의 정규 3집 선발매 앨범 ‘역성’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열렸다. 행사 진행은 코미디언 유재필이 맡았다.

‘역성’은 이승윤이 하반기 발매를 목표로 준비 중인 정규 3집 트랙 중 8곡을 선정해 미리 선보이는 앨범이다. 전작인 정규 2집 ‘꿈의 거처’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선 발매 앨범’이란 특별한 형태의 앨범을 준비한 것과 관련해 이승윤은 “올해까지는 정규 앨범을 내는 음악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혼자 규정을 내렸다. 그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규 앨범을 내기 위한 여정을 가고 있는 건데 그래도 받아들이는 리스너들은 한 뭉텅이가 오면 부담스러우니 ‘몇 곡은 선공개를 하자’라고 하다가 ‘이건 더 넣을까’ ‘이건 빨리 부르고 싶은데’ ‘이건 7월에 나와야겠는데’ 하다 보니 8곡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8곡을 포함한 정규 3집에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번만큼은 거슬러보겠단 마음가짐이 담긴다.

“(이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없다. 사실 ‘음악으로 뭔 전달해야 해’ 이런 사명감을 가지고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내 마음가짐, 내 이야기를 담는 타입이라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야 겠다는 건 없지만 이번 앨범은 8곡 전부 다 조금 도발적인 내용이긴 하다. 발칙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발칙한, 도박적인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용기를 내는 순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번 앨범은 이승윤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조희원, 지용희, 이정원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함께해 앨범의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4월 대만 공연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이 뮤지션들과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힌 이승윤은 “‘우린 지금 뭘까’란 고민을 했다. ‘우린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을까’ ‘우리가 이질적인가’ ‘우리가 융화가 못 되고 있나’란 생각을 했다. 그러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낑겨 들어가서 융화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이렇게 된 바에 우리가 해보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볼까’ ‘사라질 때 사라지더라도 사랑하는 것을 해보자’ 이 두 가지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후자를 택했다. 네 명이서 0부터 끝까지 같이 만든 앨범”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은 더블 타이틀곡에서도 드러났다. 첫 번째 타이틀곡 ‘폭포’는 관성을 거스르는 사이키델릭 얼터너티브 스타일의 곡이다. 6분 가량의 긴 호흡 속에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밴드 사운드가 절묘하게 하나 돼 마치 눈앞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를 연상시킨다.

이승윤은 이 곡에 담긴 ‘내 분수를 보여줄게’란 가사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꼽았다. 그는 “내 신조가 분수에 맞게 살자다. 그리고 내가 지나치게 조금 잔인하리 만큼 현실주의자다. 나한테 끔찍한 현실을 자각시키는 타입이고 장밋빛 미래를 보지 않는 타입이다. 내가 보는 현실, 외부에서 보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있어서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적으로 내 분수는 이런 것이란 것을 보여주고자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라고 했다.

이 곡은 페스티벌 등을 통해 먼저 공개가 돼 긍정 반응을 이끌어 냈던 곡이다. 6분이 넘는 비교적 긴 재생 시간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앨범 작업을 1년 넘게 했는데, 지난해 연말 콘서트를 하다가 냅다 부르고 싶었다. 그렇게 부른 다음에 정규 앨범에 들어갈 곡이 추려졌고, 선공개 곡이 결정됐다”라고 했다.

또 “‘폭포’는 왜 이 시대에 타이틀 곡이 될 수 없나를 놓고 회사와 고민했다”라며 “6분이 넘는 곡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폭포’를 해야 하나”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곡을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정규 앨범을 내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뭘 부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숏폼 시대를 인정하고 나도 즐긴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롱폼이었다. 숏품 시대에 롱폼을 하는 것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실 때 해야 된다고 판단했다”라며 “6분이 돼야 한다기 보단 만들고 보니 6분이 됐는데 만들고 보니 걷어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또 타이밍이나 시금이 지금이 아닐 것 같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타이틀곡 ‘폭죽타임’은 어둠을 거스르는 포스트 개러지 스타일의 음악으로 여름밤 페스티벌 엔딩의 불꽃놀이가 연상되는 펑키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중독적인 코러스 다인을 비롯해 후주의 광폭한 사운드도 이 곡의 감상 포인트다.



이 외에도 신보에는 체스판을 벗어나 검은 현을 들고 밖으로 향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검을 현’, 시스템을 거부하고 ‘온전한 나’로 존재하겠다는 ‘솔드 아웃’(SOLD OUT), 때로는 승자가 누구일지 자명하더라도 응원해 주는 이들을 위해 그 결과를 뒤엎겠다는 ‘리턴매치’가 담긴다.

또 규정된 순도보다 더 진한 우리만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고 노래하는 ‘28k 러브(LOVE)!!’, 목적지가 꼭 같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반드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내게로 불어와’, 캐논 형식을 차용한 곡으로 완벽하기보다 가장 아끼는 것을 주겠다고 고백하는 ‘캐논’ 등 총 8곡이 수록됐다.

이승윤은 “처음에는 ‘폭포’ 한 곡이 정해졌고, 몇 곡만 내려고 했는데 여름에 불러야 할 것 같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위주로 선정을 하다 보니 8곡이 됐다”라며 “정규 3집에 담기게 될 곡들은 조금 더 감정적인, 조금 더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들이 담길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위의 이야기를 하는 곡을 골라 선공개 앨범으로 맥락을 엮어봤다”고 했다.



본편이 될 정규 3집에 대한 힌트도 줬다. 이승윤은 “‘역성’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가 조금 더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앨범이 될 거다. 그 앨범을 보면 한 명의 음악인이 어떻게 산화돼 가는지, 저 친구가 재가 될 것인지 약간의 불이 될 것인지를 볼 수 있는 앨범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