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장점만 가득했던 시작도 밸런스 조절 실패, 적절하지 못한 음악 선정으로 점점 영화관에서 탈주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 ‘탈주’다.

3일 개봉된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탈주를 준비하는 규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메트로놈 소리에 맞춰 전환되는 화면 연출이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렇듯 ‘탈주’는 감각적이면서 신선한 오프닝 시퀀스로 초장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오프닝에 모든 연출력을 쏟은 걸까. 영화는 전개될수록 허술한 빈틈으로 인해 매력이 점차 퇴색된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규남과 현상의 설정 밸런스는 붕괴 됐다. 규남은 비교적 단순하고 평면적인 캐릭터 설정인 데에 반해 현상은 꽤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과거 서사도 현상이 훨씬 풍부하다. 선우민(송강)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까지 꽤나 열심이다. 그에 반해 규남에게 이렇다 할 서사가 없다 보니 캐릭터가 밋밋하게 느껴진다.

기울어진 설정의 무게추로 인해 작품도 이리저리 기울어져 있다. 특히 규남에게 몰입할 만한 설정들이 현저히 부족해 탈주의 이유도 쉽게 설득이 되지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뼈대인 규남의 탈주 이유가 부실하다 보니 좀처럼 몰입이 쉽지 않다.

더불어 영화는 가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규남의 테마곡으로 사용하는 악수를 뒀다. 초반부에 흘러나오는 ‘양화대교’는 전체적인 영화의 신선한 연출과 색감과 매우 이질적이다. 더군다나 너무 직접적인 ‘양화대교’의 메시지는 되려 영화를 촌스럽게 만든다.

차라리 같은 메시지이지만 ‘양화대교’ 보다 비교적 대중에게는 덜 익숙한 노래를 삽입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설마 노래 하나로 영화 전체의 감흥이 떨어질까 싶겠지만, 직접 들어보면 설마가 사람 잡는다.

여기에 너무나 노골적인 BL(Boys Love) 노림수 역시 영화의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마치 특정 마니아층을 노린듯한 이 노림수로 인해 액션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는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고 재미도 반감된다.

현상을 연기한 구교환은 이번에도 자신만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피지컬을 넘어서는 연기로 보위부 장교로서의 아우라를 완성했다. 규남의 탈주를 집착적으로 막으려는 현상의 광기를 띈 구교환의 얼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반면 이제훈의 연기는 조금 아쉽다. 캐릭터 자체가 비어있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이를 연기로도 메우지 못한 건 뼈아프다. 여기에 여타 작품에서 우리가 으레 봐왔던 모습에서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