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선의 이야기"… 이창동 감독 8년 만 신작 '가능한 사랑' 출격 [31st BIFF 종합]
2026. 10.07(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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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복귀작 '가능한 사랑'이 베일을 벗는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 '가능한 사랑'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함께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날 전도연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고, 설레고 기쁘다. 저희 영화 이야기를 들어주시려 와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참여 소감을 전했고, 조인성은 "오늘 약 3만 명이 오신 것 같다. 집에서도 보고 계신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겠다. 제가 영화 안에선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오늘은 유창하게 영어를 못할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버닝'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됐다. 그는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고, 기사화도 많이 된 것 같다. 10여 년 전에 있었던 한국 대기업의 구조조정 이후에 집단파업, 거기에 따른 진압 사건이 있었다. 그때 해고된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 보다도, 해고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자기편이 안 됐다는 노동자들이 해고된 사람과 산 자와 죽은 자를 나눌 정도로 깊은 골이 파였고, 같이 일하는 사람마저도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집단적 트라우마가 있었다. 옆에서 이런 걸 지켜보며 이것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자체적으로 삶이 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이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내가 이야기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도 생각했다. 질문에 확신을 갖지 못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오며 노동의 의미가 급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고, 지금은 AI 시대가 와서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 알 수 없는 시간이 됐다"라며 "그때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를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게 제가 생각하기에는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통이 타자의 고통이 아니고 나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의 정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 시간이 지났지만 하게 됐다"라며 작품 공개를 앞둔 소회를 전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카메라가 들어오며 비로소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카메라가 결국 시선이다. 누군가가 카메라를 든다는 건 본다는 의미다. 본다는 것 자체가 힘을 갖고 있다. 보는 사람이 힘을 갖고 있는 것이고, 보는 것을 당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힘의 상대가 되는 것 이다. 이 영화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영화가 가진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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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능한 사랑'은 지난 9월 12일(현지시각)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영화 공개 이후에는 설경구와 조인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설경구는 "놀림을 너무 많이 받았다. 제가 두 번째로 본 날이었는데, 한국에서 볼 때보다 베니스에서 진짜 영화를 본 것 같았다. 그러면서 속울음이 시작되다가, 박수를 받고 벅찬 감정이 들었다. 촬영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더라"라고 회상했고, 조인성은 "저는 마침 혀를 깨물어서 울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동과 경구 형의 여러 감정들이 동기화되면서 울컥했다. 더 안 울려고 하니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안 울려고 왼쪽을 봤는데 여정이가 울고 있어서 곤란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여정과 전도연은 "꾹 참고 있었는데 눈물이 나니까 다독이게 되더라"라며 "저도 감격스러워 울컥했는데 미옥이 같은 마음으로 설경구 씨를 안아준 것 같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소위 말하는 영화 끝나고 난 뒤 커튼콜 같은 것이었다. 앞에 나선 사람들이 우는 모습이 흔하지 않을뿐더러, 보기 좋은 관경도 아니었다. 다른 걸 신경 쓰고 있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이어 조인성은 자신이 연기한 상우에 대해 "처음 감독님 만나 뵀을 때 그런 얘기를 했다. 외피의 모습이 캐릭터와 맞을 순 있으나, 실제 조인성의 삶은 그렇게 살 질 않아서 모르겠단 질문으로부터 캐릭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라며 "이 상황만 보더라도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스타와 배우의 관계처럼 우리는 소통을 하려고 하고 친절하게 여러분을 대하지만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는 관계기도 하고, 배우 조인성이 가지고 있는 관계성처럼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겠단 생각을 갖게 됐다. 최대한 스티브 잡스가 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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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자신의 배역 호석에 대해 "대사가 없어서 몸으로 했다"라고 겸손을 표하면서도 "노동을 한 몸을 만들었던 것 같다. 저는 저라고 생각했다. 제 캐릭터 이름이 호석인데, 호석이 저 같다고 말했다. 가장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영화를 보시고 한줄평을 보내주신 걸 보면 내가 호석이라고 하시는 분도, 아버지가 호석이랑 똑같단 분도 계셨다. 보편적인 한국의 아버지, 고생하면서 사셨지만 표현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던 세대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걸 반복해선 안된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냐"라고 전했다.

조여정은 "미옥(전도연)과 호석만 보고 갔다. 제가 본 시선에서 미옥과 호석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영화를 5번 봤는데, 미옥과 인터뷰를 하는 신이 있는데, 어릴 때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 모습이 같은 배우인데 배우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순간도 생각나고 앞에서 선배가 연기가 아닌 진짜를 말하는 듯했다"라며 감탄했다. 설경구는 "조인성과 조여정이 미웠다. 너무 젠틀하고 배려해서, 제가 전도연 씨에게 욕을 더 먹었다. 이 둘같은 사람이 드물다고 생각한다. 전 레드카펫 할 때도 그냥 간다. 조인성 씨는 에스코트를 하셔서 제가 욕을 더 먹는다. 그래서 이 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이창동 감독은 "저희 영화가 보통 재밌다고 생각할만한 영화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픈 토크는 재밌는 영화를 두고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질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영화를 감상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음 좋겠다"라며 마지막까지 웃음을 전했다. 전도연은 "저희 재밌는 영화 '가능한 사랑'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가능한 사랑'의 뒷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라며 훈훈함을 더했다.

한편 '가능한 사랑​'은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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