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가 충격적인 비주얼과 형식을 통해 권위주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24일 개봉된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감독 정윤석 제작·OPOT PICTURES)는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논픽션 다이어리 영화로, 한국사회를 향해 전위적으로 비판을 가하는 밴드인 밤섬해적단이 위기를 맞은 순간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밤섬해적단은 멤버 권용만과 장성건이 속한 2인조 밴드다. 파격적인 가사와 무대 퍼포먼스로 그라인드 코어 장르의 대표 밴드라 불린다. 또한 그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을 관통한 다양한 이슈를 소재로 삼아 노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는 귀를 찌르는 밤섬해적단의 음악으로 시작되며, 전위적인 노래만큼이나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밤섬해적단은 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가창 방식 탓에 공연에서는 파워포인트로 가사를 전달하는데, 영화는 이를 이용해 그들의 음악이 흐를 때 눈이 아플 정도로 화면을 뒤덮는 자막을 선보이며 비주얼적인 충격을 가한다.

이번 영화는 내러티브 없이 파편화된 사건과 노래만을 제시하며 진행된다. 밤섬해적단을 다룬 인물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과 음악을 이해시키고자 하려는 친절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흩어져있던 밤섬해적단의 하드 코어한 노래와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앞서 보여준 기이한 행보가 점차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제주 강정 해군 기지와 뉴타운 개발 등 시위 현장을 방문해 절규에 가까운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내지른다. 또한 민영화와 사회 계급 문제, 북한까지 굵직한 사회 문제들을 소재로 삼으며 이를 독특한 음악으로 표현해낸다. 반복되는 노래와 사건의 교차는 이들이 내지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견고한 사회 권위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통쾌한 언어로 변환시킨다.

이렇듯 초현실적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밤섬해적단의 프로듀서이자 매니저 격인 박정근이 북한 계정인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리트윗하고, 북한에 대한 말장난을 게재 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회부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신들의 방식대로 권위에 저항하던 그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해명해야 하는 순간에 부딪히게 된다. 반어와 역설을 이용한 언어를 통해 사회에 저항하던 이들은 정제된 사회의 언어로 자신들의 의도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후 국가는 박정근과 증인으로 출석한 권용만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하고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며 그들을 정해진 틀 안에 가두려 한다. 북한에 대한 장난스러운 찬양 글들을 올리던 박정근은 최후 변론에서 이 같은 글에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 아니냐는 반문을 던진다. 이는 밤섬해적단의 독특한 행동 뒤에 숨겨진 묵직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강한 울림을 준다.

영화 말미 밤섬해적단은 여전히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자신들의 음악을 만든다. 그러나 영화 초반과는 달리 알 수 없는 그들의 기괴한 소리는 어느새 명징한 비판 언어로 변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그들의 저항 방식이 이해되는 순간 통쾌함을 맛보게 한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불친절한 탓에 이들의 이력을 미리 알지 못하면 이해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들의 면면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평범한 청년들이 전하는 비범한 저항 정신만은 오롯이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