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같은 맛, 같은 미각을 공유한다는 건 같은 문화권에서 자란 이들만의 특권이다. 그 나라의 맛과 미각에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삶의 흔적과 삶의 방식들이 축적되어 있어, 조금이라도 다른 문화권,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은 어색하고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본인이 나고 자란 나라가 아닌 어떤 특정한 나라의 음식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에 얽힌 특별한 마음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tvN 예능프로그램 ‘미쓰 코리아’는 한국을 앓는, 그러니까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졌다 현재는 각각의 사정으로 떠나 있는 우리의 특별한 외국인의 집에 찾아가 추억이 얽힌 한식을 대접하고 하룻밤 잘 곳을 얻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머무른 대사들 중 누구보다 한국에 애정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전(前) 주한미국대사 마크 리퍼트가 첫 호스트로 선정되었다.

마크 리퍼트가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아무래도 2015년 3월, 한 문화운동단체의 대표가 그를 습격한 사건을 통해서다. 그 일이 가져온 충격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 사건을 대하는 리퍼트의 사려 깊은 처사. 당시 세월호를 위한 촛불집회를 앞두고 있기도 했고 뿐만 아니라 종북이고 빨갱이고 여러모로 사건 자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는데 리퍼트는 병상 위에서 ‘두 개의 한국’이란 제목의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단호하게 차단한 것이다.

이 때부터 한국인들의 많은 애정 어린 시선을 받긴 했다만, 리퍼트가 한국에 대해 갖는 각별한 마음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한국에서 쌓은 건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시간 그 이상의 특별한 얽힘들이어서, 주한미국대사를 이임하고 떠나기 직전 행한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과 함께 눈물을 훔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편견도 깼다. 대사란 주어진 일정 시간만 채우다 가는 존재라 생각했던 우리에게 인연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고 깨닫게 했으니까.

‘미쓰 코리아’의 시작점으로서 리퍼트를 선정한 일을 아주 현명했다. 덕분에 프로그램의 취지가 돋보였다. 이후의 KBL(한국 프로농구 리그)에서 검은 탱크라 불리며 엄청난 활약을 했던 농구 선수 조니 맥도웰도 마찬가지. 외국인으로서 어색하고 낯설기 그지 없었을 한국에서의 삶이 그에게는 여전히 옛 동료들의 별명을 기억할 정도로 잊을 수 없고 그리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더라. 이를 입증하는 듯 대접한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맥도웰의 모습은 그야말로 ‘미쓰 코리아’였다.

사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이자 유명 작가란 것만으로 선정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명목에 있어서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프로그램 상에서 보이는 그와 한국의 얽힘이라는 게, 한국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 베르베나르 베르베르도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하고 김치나 비빔밥을 즐길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라서, 앞서 한국에서 삶과 시간을 부대끼며 산 얽힘을 가진 리퍼트나 맥도웰보다는 애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의 앞머리에서 언급한 바처럼 그에게는 충분히 낯설고 낯설어도 되는 한국의 맛과 미각을 공유할만큼 한국과의 인연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찌 되었든 출연의 이유는 성립된다. 우리는 여기서 첫 단추를 잘 끼운 ‘미쓰 코리아’가 수반해야 할 앞으로의 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섭외, 그저 유명한 사람들만이 아닌 한국과의 특별한 얽힘을 가진 이들을 찾는 것, 이게 가능하다면 ‘미쓰 코리아’는 무리없이 존재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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