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골때녀'에서 FC 아나콘다가 이번 시즌 모든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했다. 처음부터 최약체로 지목받았던 이들은 끝내 반전의 드라마는 쓰지 못했지만, 매 경기 투혼과 절실함으로 성장을 거듭한 모습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23일 밤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골(Goal)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는 FC 아나콘다와 FC 개벤져스의 맞대결이 그려졌다.

이날 FC 아나콘다는 지역 방어를 하는 포백 전술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자 FC 개벤져스는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좀처럼 역습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를 틈타 중거리 슈팅과 세트피스 전술로 몇 차례 기회를 만들어낸 FC 아나콘다는 노윤주의 골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난생 처음 리드하며 하프타임을 맞은 FC 아나콘다는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빠른 달리기로 사이드 돌파를 이어가며 FC 아나콘다의 골문을 위협한 오나미에게 내리 2골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역전골을 내준 FC 아나콘다는 골키퍼 노윤주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총동원했다. 골문을 계속 두드리던 최은경은 후반 6분 튕겨 나온 세컨볼을 밀어 넣으면서 기적 같은 동점골을 기록했다. 결국 양 팀은 승부차기로 승패를 결정짓게 됐고, 신아영·주시은·최은경이 나란히 실축하며 FC 아나콘다는 5패로 시즌 종료를 맞이했다.

이번 시즌 합류하게 된 FC아나콘다는 대한민국 대표 아나운서들이 모인 신생팀으로 주목을 받았다. 스포츠 중계 경험을 통해 쌓은 축구 이론은 물론, 탄탄한 체력까지 겸비한 멤버들의 면면도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FC 탑걸과 신생팀 평가전 첫 경기에서 0:1로 패한 FC 아나콘다는 송소희, 황소윤 등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한 FC 원더우먼에 6점 차 대패를 안았다. 멤버들은 무기력한 패배에 좌절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에 현영민 감독은 최은경을 새로운 멤버로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또한 강팀 부천 FC 유소년축구단과 평가전을 통해 멤버들의 호흡을 끌어올렸다. 이들은 정규 시즌 개막 전 '최약체' 꼬리표를 떼고자 특별 훈련을 자처하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멤버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공을 잡고서 어쩔 줄 몰라했던 예전과 달리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공격수들까지 적극적인 수비에 나서며 다른 팀들의 공세를 차단했고,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가락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운 오정연을 대신해 발탁된 노윤주의 활약 역시 힘이 됐다. 큰 키를 이용한 공중볼 처리능력과 탁월한 반사신경으로 FC 아나콘다의 골문을 지키는 든든한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매 경기 팽팽한 승부를 만들어냈지만, 선수들의 활약에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에 무득점 완패를 한 점은 어쩔 수 없었으나 FC 탑걸, FC 액셔니스타, FC 개벤져스와의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배한 점은 여러모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최약체로 불리며 숱한 굴욕을 겪었던 FC 아나콘다의 반전은 없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와 투혼을 불사하는 열정은 안방극장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마감한 FC 아나콘다의 모습이 더욱 아쉬워지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골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