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나는 여자만큼 예술이 좋다."고 하는 작가 아트놈(43). 그는 어떠한 자리에 있든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트놈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그의 그림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자칭 '퍼니즘'의 대표라는 그는, "노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늘 재미있게 살고 작업도 노는 것처럼 즐기며 하는 작가 아트놈. 그와의 즐거운 대화를 공유한다.

- 한국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본인처럼 되기를 동경할 것 같은데,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다른 작가들도 다 그렇겠지만,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 처해 있던 환경이 미대에 가기엔 좀 힘들었지만, 왕조현, 이상아, 김혜수 등 여자 스타들을 그리면서 화가의 꿈을 키워 왔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중퇴하기는 했지만, 미대에도 진학했고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그림을 보면 즐겁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업을 즐기지 못하면 예술가로는 살아가기 힘들다. 2003년에 일을 그만두고 놀기 시작했는데, 인생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네이버 프로필란에 '퍼니즘'의 대표라고 되어 있는데, 운영하는 어떠한 사업체가 아닌 '재미있는 것, 재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뜻이다.
내 작업 자체도 늘 놀이와 재미에서 시작된다. '현재를 즐기며, 즐겁게 살자'는 것이 모토이다."

아트놈 2013년 作, 같이 놀자

- 이미지를 단순화시켜 표현하는 것이 장점인데.

"성격 자체가 단순하고 무엇이든 편하게 생각하고자 하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 측정했던 아이큐가 80인데, 아이큐 수치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머리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살아온 삶 자체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기에, 더 단순하게 표현하게 되는 것도 있다."

- 본인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소개를 하자면?

"토끼띠인 아내를 상징하는 토끼소녀 '가지', 그리고 강아지인 '모타루'가 있다. 이 캐릭터들도 결국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나를 그리는 것이 가장 수월한데, 그림에 등장하는 아저씨, 백수, 놀기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바로 나 자신이다.”

- 그림에 자신을 등장시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가?

"나이가 마흔을 넘어서다 보니,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다. 마냥 어려보이는 모습은 아니더라도, 지금은 매우 즐겁고 행복하다. 그림을 그릴 때 그러한 즐거움이 자동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캔버스에는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껏 표현해 낼 수 있다. 꿈꿀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다리를 잘 꼬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림에서는 마음껏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다는 것 같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창작의 세계이다. 그러한 창작의 세계를 더욱 많이 표현해가고 싶다."

아트놈 2009년 作, 아트놈과 핑크호랑이

- 당연한 말이지만, '꿈꿀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많은 중년 아저씨들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인생'을 살고 있다며 스스로 답답해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가면 다들 비슷한 삶을 살고, 비슷하게 늙어간다. 그렇게 우리 삶에서는 사실 특별한 재미가 없고, 힘들고 팍팍하다. 그래서 나는 더 재미있는 삶, 재미있는 모습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꿈꿀 수 있다는 것은 연령, 직업을 막론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긍정적인 사고, 즐거운 생각이 마음에 든다.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 그림 자체가 즐거움을 담고 있지만, 누군가를 꼭 치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업 자체가 부담이 된다. 즐겁게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에너지가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 같다."

즐거움, 재미주의인 '퍼니즘'을 표방하며 작품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작가 아트놈. 아트놈과 절친한 작가인 찰스장(38)에 따르면, 아트놈은 여리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한다. 찰스장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오히려 마음이 순수하기 때문에 여자를 밝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는다는데, 이 또한 본인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속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놈은 지금까지 매우 열심히 달려 온 한국 작가 중 한 명이다. 지난 2013년에는 지산 락 페스티벌의 '호러 쇼'에도 참여했고, 블랙마틴싯봉, 카프리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본인 작품을 대중에 알려 왔다. 지금까지 일궈 온 것들에 비해 매우 겸손한 아트놈은, 본인 말대로 지금까지의 삶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기에 더욱 세상적인 성공에 초연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단순하고 즐겁게 살며, 작업에서도 즐거움이 묻어날 것 같은 아트놈. 앞으로 그가 캔버스를 통해 표현해 낼 '퍼니즘'은 어떠한 것일까? 앞으로도 그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