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가수 현아가 또 한 번 예기치 않은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데뷔 이래 현아에게 파격적 노출은 어떤 의미였을까. 걸그룹 원더걸스 시절부터 어느 덧 가수 연차만 12년째다. 가요계의 보편적 상업주의를 간파하고 있는 현아에게 맨살 노출이란 민망함 아닌 뚜렷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었다.

지난 16일 현아는 경남 대구 계명대학교 축제 무대에 올라 '베베'(BABE), '립 앤 힙'(Lip ＆ Hip), '빨개요', '잘나가서 그래', '버블 팝!(Bubble Pop!)', '어때?' 등 자신의 대표곡을 소화하며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장악했다.

이날 새틴 재질의 리본 디자인 톱을 입고 등장한 현아는 격한 안무를 소화하던 중, 가슴 앞섶 리본끈이 풀릴 위기와 맞닥뜨렸다.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고 위태로운 찰나, 현아는 리본을 한 손에 꼭 붙잡은 채 무대를 의연하게 마무리했다. 이때 현아는 가슴 쪽으로 쏠리는 관중들의 시선을 돌리고자 특유의 활달한 표정 연기, 무대 매너를 십분 활용했다.

그럼에도 불편한 오해는 불거졌다. 현아가 이슈를 자체 생성하고자 무대에 오르기 전 이미 리본이 풀리도록 옷을 미리 세팅해놓은 것이 아니냐는 설왕설래였다. 이에 대해 현아는 특정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숱한 무대를 소화해온 프로페셔널로서 이번 사태를 소소한 해프닝으로 웃어 넘겼다. 10년 남짓 셀러브리티로 지내온 현아의 능숙한 처세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아는 지난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해 포미닛에 이르기까지 관중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특별한 끼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경험치는 현아의 솔로 데뷔를 이후 빛을 발했다. 그는 금세 이효리를 잇는 섹시 디바의 대명사, 일명 ‘패왕색’ 왕관을 획득했다.

무대 장악에 일가견이 있는 현아는 솔로일 때 한층 돋보이는 타고난 퍼포먼서로 분류된다. 숱한 디바 지망생들이 현아의 무대를 커버댄스로 선택하고 연마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때문에 현아가 즐겨 입고 활용하는 ‘란제리룩, 노출, 비키니, 톱’ 등의 패션 아이템은 더 이상 선정적 의도로만 한정될 수 없다. 현아에게 보디라인 노출이란 이성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섹스 어필이기보다,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표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더불어 펜타곤 출신 이던과의 열애 행보는 현아의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에 관한 가장 강력한 증거다. 현아는 이던과의 열애를 인정한 이후 오래 몸담아온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이를테면 사랑의 도피라 해도 과언이 아닐 현아의 행보는 언제나 도전적이고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그의 무대 스타일과 맞물려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 항간에 전해지는 마돈나의 사랑 이야기처럼, 현아에게도 사랑과 음악과 춤과 무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자기 분신이 됐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란 대개 범속하다. 이번 사태 이후 포털사이트를 장악한 자동완성 검색어는 여전히 ‘현아 가슴’ ‘계명대학교 축제’ ‘노출’ ‘영상’ 등이다. 누군가는 다만 현아의 몸을 선정적으로 소비하는데 골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조차 알고 있을 것이다. 프로페셔널 현아에게 이제 사람들의 이목이란 부차적인 것임을. 현아는 오롯이 디바로서의 자기 존재감을 단련하는데 온 힘을 다하며, 어느 새 대중예술을 즐길 줄 아는 똑똑한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