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아들의 이름으로'가 새로운 시점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제작 영화사 혼)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정국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 윤유선, 이세은이 함께해 영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이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채근은 광주 출신의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된다.

이 밖에 박근형은 광주에서 벌어졌던 일의 책임자 중 하나인 박기준 역을, 이세은은 오채근의 과거를 알고 있는 세미 역을 맡는다.

◆ 30년 만에 다시 한번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이유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있었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룬 영화다. 이정국 감독은 1990년 개봉한 '부활의 노래' 이후 30년 만에 다시 한번 이 사건을 재조명하게 됐다.

이정국 감독은 '아들의 이름으로'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실 데뷔작(부활의 노래)은 내가 영화를 막 시작할 즈음이라 만들고 나서도 오랫동안 부끄러웠다. 형식적으로나 내용도 아쉬웠다. 그러다 10년 전부터 광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많은 증언록을 읽게 됐다. 그러고 나니 이 사건을 다시 한번 언급해야겠다 싶었다. 현대 관점으로 광주 이야기를 다시 풀어봐야겠다 생각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국 감독은 "저도 항상 아쉽고 분노했던 게 '왜 책임자들은 반성하지 않을까'였다.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이 영화를 위해 많은 작품을 봤고 글을 봤다. 이번 영화의 핵심은 제가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삶에 가치가 없다'이다. 이런 명언들을 기본 바탕으로 영화를 구성했다"라고 전했다.


◆ "광주 시민분들의 도움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아들의 이름으로'"

특히 이정국 감독은 '아들의 이름으로'가 많은 광주 분들의 도움으로 인해 탄생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정국 감독은 "영화에 출연해 주신 분들 중 대부분이 실제 광주 시민분들"이라며 "아들을 찾는 할아버지도, 식당 사장님도, 민주화운동 때 길거리로 나섰다가 맞았다는 분도 모두 연기를 해보신 적 없는 시민분들이다. 영화 속 대사 중에 '광주 분들은 물 같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촬영을 하며 제가 느낀 감정을 담은 말이다. 보통 선한 사람을 보고 물 같다고 하는데, 광주 분들의 협조를 너무 많이 받아 감사했다. 이 영화는 정말 광주 시민분들이 함께 참여한 영화로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진짜 많은 시민분들이 함께해 주셨다. 지금까지 영화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나 많은 일반인들이 참여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장소 제공도 너무 잘 해주셔서 촬영하는 내내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공감했다.

이어 윤유선은 "제 신 대부분이 식당에서 진행됐는데, 식당 사장님이 연기를 참 잘 하셨다. 심지어 식사시간이 되면 밥을 차려주시기도 했다. 그동안 광주를 많이 가보진 못했는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광주가 이렇게나 아름다웠구나라는걸 느꼈다. 예술적인 도시가 아닌가 싶었다"고 전했다.

이세은은 "저도 식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식사도 하고 대기도 하며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남쪽만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가 아닌 분들도 많이 출연하셨는데 정말 연기를 잘 하셨다. 사람들과 밀착된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진짜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 "'아들의 이름으로' 통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알 수 있길…"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룬 영화에 참여한 만큼, 해당 사건에 대해 배우게 된 점도, 느끼게 된 점도 클 터. 안성기는 "약 40년 전에 이 부끄러운,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물론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이렇게 찾아서 보겠지만 일반적으론 그냥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만 알고 지낼 것 같다. 하지만 아픔과 고통은 사실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다시 한번 짚어보고 또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바랐다.

윤유선은 "저도 사실 많은 부분에 대해 알지 못했고, 요즘 젊은 친구들 역시 모르는 부분이 많을 테다. 그러나 사실 광주 분들은 되게 억울하실 것 같다. 왜 우리가 이런 오해와 상처를 받고 우리만 그런 상처를 받고 살아가야 하나라는 억울함이 있으실 것 같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왜 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뭉쳐있나 싶을 수도 있다. 그런 시점에서 우리의 영화가 서로의 상처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세은은 "제가 80년생인데, 딱 5·18이 일어난 해에 태어났다. 영화에 출연하신 분들 중 비교적 간접적인 세대, 그 시대를 잘 알지 못하는 세대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직접적으로 사건에 대해 말할 순 없지만, 영화를 통해서라도 그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떻게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으신지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의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세대나 후배 세대들이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아들의 이름으로'는 5월 12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