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리메이크작이라곤 하지만 원작과 너무 흡사하다. 달라진 것이라곤 사용하는 언어와 배경뿐이다. 기존 작품의 아쉬움까지 답습한 영화 '발신제한'의 이야기다.

23일 개봉하는 '발신제한'(감독 김창주·제작 TPSCOMPANY)은 평범한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자녀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 추격 스릴러로, 조우진의 데뷔 22년 만의 첫 단독 주연작이라고 알려지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발신제한'은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은 2015년 국내 개봉 당시 소재 자체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른바 '고구마 전개'가 발목을 잡았다. 평점만 봐도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리메이크란 이미 발표된 작품을 다시 제작하는 것으로, 보통 다른 국가에서 흥행한 영화의 판권을 수입해와 그 나라의 정서를 입히곤 한다. 일례로 동명의 노르웨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 이탈리아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여인의 향기' 등이 기존 작품보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재해석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영화가 리메이크를 통해 쓰디쓴 실패를 맛보곤 한다.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도, 완벽한 현지화를 실천하지도 못한 까닭이다. 그 유명한 할리우드조차 국내 작품 '올드보이'와 '엽기적인 그녀' 등의 리메이크에 도전했지만 흥행과 평가 면에서 참패했다.


'발신제한' 역시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의 아쉬움을 남긴다. 스토리 면에선 원작과 다른 점이 거의 없어 '발신제한'만의 차별점을 찾기가 힘들고, 원작의 '고구마 전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여전히 경찰은 폭탄을 눈앞에 두고도 신분조회를 대충 하는 등 현실감과 동떨어져 있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절규는 답답함에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잦은 슬로우 모션은 기껏 쌓은 몰입을 무너트리기까지 한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이런 서사 속에도 조우진의 존재감만큼은 인상 깊다는 것이다. 조우진은 94분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홀로, 그것도 차 안에서 책임지고 있지만 극의 텐션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며 이끌어간다. 점점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범인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섬세하게 쌓아가며 영화 말미 극도의 서스펜스를 완성하는 것이다. 상대역 지창욱 역시 날선 연기로 조우진과 호흡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이처럼 '발신제한'은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좋았지만, 스토리 면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2'부터 같은 날 개봉할 '킬러의 보디가드2'까지,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을 펼쳐야 할 '발신제한'이 어떤 성적을 받게 될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발신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