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익숙하지 않은 용어, 더 방대해진 세계관을 담아낸 ‘이터널스’이지만 썩 어렵지만은 않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마치 일타강사처럼 간단명료하게 새로운 세계관을 마블 페이즈 속에 풀어냈다.

3일 개봉하는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수 천년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 ‘이터널스’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는 지난 13년간 ‘아이언맨’ ‘토르’ 시리즈 등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여왔고, 그때마다 세계관의 정립을 위해 타임라인을 페이즈로 묶어 정리해왔다. 이를테면 페이즈1은 ‘아이언맨’(2008)으로 시작해 ‘어벤져스’(2012)로 끝이 났으며, 페이즈2와 페이즈3는 각각 ‘앤트맨’(2015)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이 마지막 매듭을 묶었다.

현재 MCU는 페이즈4에 돌입한 상태다. 먼저 ‘블랙 위도우’가 첫 주자로 나서 페이즈3와 페이즈4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면, ‘샹치: 텐 링즈의 전설’은 본격적인 페이즈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이터널스’는 페이즈4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미 방대해진 세계관을 한층 더 넓히는 역할을 맡게 된 것. 마치 페이즈2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MCU의 세계관을 우주 단위로 넓혔듯 ‘이터널스’는 원작 코믹스에서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셀레스티얼까지 꺼내들며 다시 한번 범위를 넓힌다. 커진 규모는 페이즈3에서의 어벤져스와 타노스 군단의 대결을 마치 동네 싸움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다.


이 과정에서 ‘이터널스’에는 원작 코믹스를 보지 않았다면 어색하게 느껴질 여러 단어들이 등장한다. 수명이 존재하지 않는 히어로 이터널스를 시작으로, 이들의 고향 올림피아, 그리고 괴생명체 데비안츠와 이터널스를 지구로 파견한 셀레스티얼까지, 전작까진 등장하지 않았던 용어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며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심지어 새롭게 등장한 메인 캐릭터도 테나(안젤리나 졸리)부터 길가메시(마동석)까지 무려 열 명이나 된다.

다행히 클로이 자오 감독 역시 이런 점을 미리 우려했는지 스토리 라인 자체는 심플하게 구성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뚜렷하게 해 어려운 용어들은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중심으로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터널스가 지구에 온 이유, 이터널스 멤버들끼리의 대립 등의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이 가운데 마블 다운 화려한 CG가 157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며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행성보다 큰 몸집의 셀레스티얼이 주는 위압감과 이터널스 멤버 개개인이 물질 변형, 발명, 마인드 컨트롤, 초스피드 등의 능력을 쓰는 모습은 이전 마블 작품에서 본 적이 없는 것이기에 신선함 투성이다.

이처럼 클로이 자오 감독은 슬기롭게 ‘이터널스’ 완성하며 MCU 팬들을 새로운 세계관으로 인도했다. CG의 완성도는 높고 액션신의 타격감도 수준급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다인종, 동성애 등 스토리와는 연관이 없는 PC(정치적 올바름) 소재를 과하게 사용했다는 점. 중반부에 나오는 히로시마 원폭 신도 보는 이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이터널스'가 페이즈4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이터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