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실제로 피해자들을 20여 년간 괴롭힌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다룬 영화 '공기살인'이 극장을 찾는다.

'공기살인'(감독 조용선·제작 마스터원엔터테인먼트)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조용선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상경, 이선빈, 윤경호, 서영희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기살인'은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 소재원 작가의 소설 '균'을 원작으로 한다.

김상경은 아내를 살리지 못한 의사 정태훈 역을 연기하며, 이선빈은 언니를 잃고 사건에 뛰어든 법조인 한영주 역으로 분했다. 이 밖에 윤경호와 서영희는 각각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오투'의 최측근 서우식 역과 의문스러운 죽음의 당사자 한길주로 활약했다.

영화의 중심 소재인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세계 최초' '대한민국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처음 출시됐다. 이후 여러 기업에서 경쟁하듯 신제품을 쏟아냈고, 그 결과 무려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 1000만 병이라는 판매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게 됐다. 하지만 2011년 봄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에 동시 입원한 산모들이 원인미상 급성 폐진 환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진 뒤에야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 후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사과와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피해자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건 끊임없는 사과"

이날 조용선 감독은 이런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 비화를 들려줬다. "실제로는 저희 대표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는 조 감독은 "끈기가 있을 것 같다는 이유 하나로 내게 부탁하신 거더라. 실제로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끈기 있게 해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슬픔을 주로 다뤄야하나 했는데 사건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분노했고, 어떻게든 끝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봐주시고 우리 얘기라 생각해주셨으면, 또 이 사건이 널리 알려져 다신 이 소재를 중심으로 한 영화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어 조 감독은 연출을 하며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길 바랐다. 결말 같은 경우도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실제 사건과는 다르게 구성했다. 기업과 정부 관계자 분들에게 '여전히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를 드리고 싶었다.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생각한다. 영화로부터 11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피해자들은 사과를 못 받았지 않았냐. 적어도 진정 어린 사과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그 외의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내 가족을 잃었는데 액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끊임없는 사과가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김상경→서영희가 '공기살인'에 함께한 이유

배우들이 '공기살인'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더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이선빈은 "대본을 읽는데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감정선이나 사연이, 또 한 마음 한뜻으로 모여서 진실을 밝혀내려는 진실한 모습이 마음을 많이 울렸다.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라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사실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다.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도전하고 모험하고 싶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이 엄청난 양의 자료를 함께 주시더라. 시험공부하듯 요약하면서 다 봤다. 그때 작품에 대한 사명감이 크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서영희는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많이 몰랐다는 걸 알게 됐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정보를 줘야 하지 않을까, 그게 피해자분들을 위안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면서 "작품에서 평범한 주부를 연기했는데, 사실 영화를 촬영할 땐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겪어본 적이 없기에 그저 흉내만 낸 것 같다. 코로나를 2년 겪고 오늘 영화를 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지금 느꼈던 감정으로 연기를 했으면 피해자분들께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 그 감정이 이해돼 너무 죄송하다"라고 울먹이며 답했다.

윤경호는 "감독님과 대화를 하는데 소신과 신념이 느껴져서 바로 함께하고 싶다고 대답을 드렸다. 다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사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열정만으로 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단순히 배우의 욕심으로 하면 안 되겠구나 고민하며 작업을 했다"라고 전했다.

김상경은 "저도 가습기 살균제 기사를 봤을 때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써본적도 없었다. 그러나 영화의 순기능 중 하나가 그런 점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를 보며 경각심을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영화 '공기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