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는 끝이 나 크레딧도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듯한 찝찝함이 남는다.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22일 개봉한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제작 마스터원엔터테인먼트)은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 소재원 작가의 소설 '균'을 원작으로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자체는 2011년 실제로 일어난 바 있다.

사건의 원인인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 1994년 처음 출시됐다. 정부 인증인 KC마크를 받았을 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에 도움이 된다"는 언론의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가습기 살균제는 빠른 속도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7년 동안 무려 1000만 병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 봄,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에 동시 입원한 산모들이 원인미상 급성 폐진 환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진 뒤에야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미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

사참위(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는 350~400만 명에 이르고 피해자는 약 95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사과와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제품을 내놓은 회사 측은 최근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공기살인'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사건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내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가족을 잃은, 또 잃을 위기에 놓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다.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아직 현재진행형임을 피력한다.

주인공 외에도 '공기살인'에는 쌍둥이 자녀를 잃은 아버지부터 호흡 보조기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딸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 걷지 못하게 된 청년들까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다양한 피해자들이 등장해 사건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아리고 범인을 향한 분노감이 치솟게 한다.

김상경, 이선빈, 서영희의 빈틈없는 연기는 영화의 메시지에 힘을 더한다. 이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은 마치 관객이 심정을 대변하는 듯해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말미 담긴 배우들의 외침은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와도 같이 들려 마음을 울린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영화가 보도 프로그램처럼 제작된 탓에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다는 점. 시작부터 끝까지 정보 전달에만 치중돼 있다 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선 전개가 산만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만큼은 뚜렷하고 묵직하다. 용기 있게 사회적인 문제를 영화의 소재로 다뤘다는 점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다. '공기살인'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잠시 잊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공기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