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메이커'·'정이'·'종이달', 新 여성 서사의 등장 [TV공감]
2023. 04.26(수) 16:50
퀸메이커, 정이, 길복순, 종이달,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퀸메이커, 정이, 길복순, 종이달,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여자들이 이끄는 이야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인터뷰 말미에는 이런 한 마디가 꼭 등장했었다. 남자 주인공의 연인으로, 아내로, 주변 인물로 소비되던 여성 캐릭터의 향연 속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여성 중심의 서사를 갈망해 온 것은 시청자도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수년 만에 상황이 꽤 역전됐다.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콘텐츠의 등장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해를 거듭할수록 고정관념과 클리셰를 깨는 다양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수놓고 있다.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나누는 여성 친구들, 킬러가 된 엄마, 여성 기업 임원, 여성 정치인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활약 중인 작품들을 살펴봤다.

◆ '남탕' 영화 아닌 여자 '떼주물'의 등장

남자 배우들만 가득하다는 뜻의 소위 '남탕' 작품들 대신 여성 주인공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2'는 하루 끝의 술 한 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가 출연해 술을 매개 삼아 하나가 되고, 끈끈한 우정에 힘입어 거친 세상을 살아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 특히 2030 여성 시청층과 큰 공감대를 형성해 사랑 받았다.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채널A 새 월화드라마 '가면의 여왕' 또한 '여성 떼주물'이다. 화려하게 성공한 세 여자 앞에 10년 전 그녀들의 거짓말로 살인자가 된 절친이 나타나면서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미스터리 멜로 복수극으로, 김선아 오윤아 신은정 유선이 주연을 맡아 섬세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탄탄한 서사를 쌓아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앞치마 벗고 자아 되찾는 여성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를 찾기 위해 한 걸음을 떼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꾸준히 등장하며 각광받고 있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또한 의대를 졸업했지만 갑자기 아이를 가지게 되며 전업 주부가 된 여성이 모종의 이유로 '장롱면허'를 갱신하기 위해 전공의 생활에 도전한 차정숙(엄정화)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공의 시험에 도전하고 좌충우돌 레지던트 생활을 펼쳐 나가는 과정에서 자립할 힘, 자아를 되찾아 나가는 차정숙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지니TV 드라마 '종이달' 또한 주체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전업주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종이달'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여자 유이화(김서형)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남편의 무관심 속에서 자아를 잃고 살아가던 여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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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들2, 대행사, 닥터 차정숙, 가면의 여왕,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 정치물,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는 작품도 등장했다. 여성들의 정치쇼를 표방한 넷플릭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치 이야기를 두 여성의 연대를 통해 풀어내는 도전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대행사' 또한 사내정치물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내세우며 신선한 재미를 자아냈다. 광고 대행사 최초 여성 임원 자리에 도전하는 고아인(이보영)이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과정을 그려내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각광 받았다.

◆ 전쟁 영웅·킬러, 이제는 직업도 다채롭다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에서는 여성이 전쟁 영웅이라는 설정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정이'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로, 엄마 정이와 그의 나이 많은 딸 윤서현(강수연)의 관계를 독특하게 풀어내며 새로운 형태의 여성 서사를 펼쳐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또한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전도연이 연기한 주인공 길복순이 실력 있는 에이스 킬러이자 딸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까지 양면적인 캐릭터 플레이를 펼쳤다. 무조건적인 모성애를 강조하는 것이 아닌, 엄마와 딸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내는 형태의 전개로 신선한 서사를 펼쳤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넷플릭스, JTBC, 티빙,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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