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던 KBS 주말드라마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심야 시간대에 방송하는 타 방송사 주말극에 시청률이 따라 잡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이 반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일 저녁 방송한 KBS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는 전국 가구 기준 17.2%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밤 방송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16.2%, 단 1% 근소한 차이를 기록하며 약진했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배 속 아기 '진짜'를 둘러싼 미혼모와 비혼남의 가짜 계약 로맨스와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애벤져스'로 거듭나는 이들 가족의 좌충우돌 성장기 드라마다. 백진희 안재현 차주영 등이 주연을 맡았다.

극 중 주인공 오연두(백진희)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이후 산부인과 의사인 공태경(안재현)과 얽히게 된다. 공태경은 결혼을 위해 자신을 이용하고 거짓말한 장세진(차주영)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오연두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하며 대외적으로 태아 '진짜'의 아빠 노릇을 시작했다.

극 초반에는 계약 결혼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우려를 샀던 것도 사실이지만, 공태경이 오연두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하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게 됐다. 이후 오연두가 본격적으로 공태경의 집에 들어가면서 시할머니 은금실(강부자)을 주축으로 한 집안 내 사건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시청률은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회 17.7%로 시작한 시청률은 5회 방송이 자체 최저인 16.5%를 기록한 이후 10회가 자체 최고 기록인 23.1%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후 다시 조금씩 하락세를 타면서 14일 일요일에 방송한 16회는 20.0%, 20일 토요일 방송한 17회는 17.4%에 그쳤다. 3~40%대 시청률을 담보하며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던 KBS 주말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 됐다.

JTBC 닥터 차정숙

일각에서는 매체의 다변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시청률 하락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같은 요일 방송하는 '닥터 차정숙'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로, 남편 서인호(김병철) 불륜으로 인해 고통받는 차정숙이 병원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닥터 차정숙'은 14일 토요일 방송한 10회가 18.0%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20일 토요일 방송한 11회도 16.2%를 기록하며 직전 토요일 방송보다 0.6%P 상승,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말극 전체 2위 자리를 차지하며 '진짜가 나타났다'와의 격차도 1%로 좁혀졌다. '닥터 차정숙'이 밤 10시 30분 방송을 시작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심야 시간대에 포진해 있음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기록이다.

심지어 '닥터 차정숙'의 7회 방송이 크론병 환자에 대한 묘사가 논란을 빚었고 제작진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구설이 있었음에도 작품 자체가 입소문을 타며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 주인공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 민우혁의 4각 관계가 본격적으로 심화돼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제작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의 평일 미니시리즈가 편성되던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꼭 '닥터 차정숙'이 아니더라도 주말극 대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할 전망, 위태로운 KBS 주말극이 '드라마 명가'로 불리던 KBS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