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주한 포르투갈 대사관과 함께 29일부터 11월 23일까지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Manoel de Oliveira) 감독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초기작인 ‘아니키 보보’ (1942)에서 최신작 ‘게보와 그림자’ (2012)까지 24편의 극영화를 소개하는 이번 자리는 국내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올리베이라 회고전이다.

‘영화의 현자’ 불리는 올리베이라는 1908년 포르투갈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무성영화부터 시작해 생존해 있는 유일한 현역감독으로 올해 107살이다.

1931년에 데뷔작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듀오로 강에서의 노동’을 연출하고, ‘리스본의 노래’ (1933)에 배우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극영화 데뷔작인 ‘아니키 보보’(1942)의 흥행 실패 이후 영화계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1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올리베이라는 26분짜리 다큐멘터리 ‘화가와 도시’ (1956)로 다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자신의 독특한 영화적 세계를 일찌감치 보여준 ‘봄의 제전’ (1963)이나 1971년작 ‘과거와 현재’로부터 이어진 ‘좌절된 사랑’ 4부작 등은 그의 이름을 포르투갈뿐 아니라 세계 영화계에 널리 알렸다.

그의 영화 경력의 경이로움은 단지 그가 가장 오랜 시간 활동한 영화감독일 뿐만 아니라 창작의 열정이 고령의 나이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이다. 76세를 넘기고는 지금까지 해 마다 한 편씩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나의 경우’, ‘지배의 공허한 영광’, ‘아브라함 계곡’, ‘불확실성의 원리’, ‘앙젤리카의 이상한 사례’ 등이 1980년대 이후 등장해 그의 대표작 리스트에 추가된 작품들이다.

올리베이라는 역사, 정치,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가로지르며 그 안에 녹아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그려왔다. 아름다움을 향한 추구,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 어두운 현실에 대한 탄식 등은 다양한 장르와 인물들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테마이다.

그리고 이런 친숙한 소재를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올리베이라 영화의 형식적 독특함이다. 그는 영화와 비영화의 경계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며 끊임없이 영화라는 재현 매체와 ‘이야기’라는 것의 한계에 대해 과감히 질문을 던진다.

이는 ‘나의 경우’, ‘지배의 공허한 영광’ 같은 실험적인 형식의 영화는 물론 ‘프란시스카’, ‘아브라함 계곡’ 같은 비교적 익숙한 형식의 극영화에서도 공통적으로 만날 수 있는 올리베이라 감독의 특징이다.

올리베이라의 영화는 특유의 난해함으로 종종 당혹감까지 안겨준다. 그래서 서울아트시네마는 올리베이라의 영화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다양한 생각의 교환을 위해 이용철,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진행하는 비평좌담(11월 2일)과 강연(11월 9일), 그리고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영화 소개도 준비했다.

[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