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예찬] 지난 7월 7일 한국 촬영감독계의 거장인 서정민 감독(1934~2015)이 향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61년 임원직 감독의 '촌놈 오복이'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서정민 감독은 2000년대까지 50여년의 영화 인생에서 150여편의 작품을 촬영하였다.

2004년 정초신 감독의 코미디 영화 '몽정기 2'(이지훈, 송은채 주연)를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놓은 그는 이만희, 임권택, 이장호, 정지영, 김기덕 등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감독들과 작업을 해왔다.

인천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 암실을 차려놓고 직접 촬영과 현상을 하며 사진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직접 필름 유제를 개발하려고 고려대 화학과에 진학하였으나, 4학년 때 선배의 친구였던 영화감독 박성복의 추천으로 홍일명의 촬영부에 들어가면서 영화에 입문하게 된다.

서정민 감독은 촬영부에서 현장 지식을 익히는 한편으로 일본에서 나온 미술서 및 영화기술서 등을 통해 이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장 경험과 이론 지식을 겸비한 그는 곧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다. 당대의 거장 이만희 감독이 촬영감독 경력 1년에 지나지 않는 서감독과 콤비로 '다이알 112를 돌려라'를 촬영하기에 이르렀고, 데뷔 3년만에 카메라를 잡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제3회 대종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다.

이후 서감독은 '검은 머리'(1964), '마의 계단', '흑맥'(1965), '만추'(1966) 등 이만희 감독의 작품을 거의 도맡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70~1980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증언'(1973), '낙동강은 흐르는가'(1976),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1984),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바보선언'(1983) 등 굵직한 영화의 촬영을 전담했다.

서감독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는 김기덕 감독의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수취인 불명'(2000) 및 그에게 다시 대종상 촬영상을 안겨준 양윤호 감독의 '리베라 메'(2000), 그리고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1998), 문근영에게 '국민여동생' 칭호를 받게 해준 김호준 감독의 '어린 신부'(2004), '몽정기 2'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66년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동대문시장 훈이엄마'(김지미 박노식 주연)를 연출, 영화감독으로 변신했으나 이 작품을 끝으로 촬영감독의 외길을 걸었다.

그는 영화 촬영 분야를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범주로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영화 촬영계는 기억한다.

그는 2005년 한국영상자료원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반작가이다. 완전 작가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집이 있었다. 프라이드도 있었다. 그런 고집과 아집, 이런 게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영화를 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향해서 존재할 수 있는,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난 일하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그런 면에서 난 행복한 사람이지 않을까"라며 영화 예술가로서의 자긍심을 나타냈다.

서정민 감독이 타계한지 1개월 남짓, 한국영상자료원은 그를 기리기 위해 '서정민 촬영감독 추모전'을 갖고 있다.

'지치지 않는 노장 우리 곁을 떠나다'란 제목으로 8~9월 두 달 동안 KMDb VOD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서정민 추모 기획전에는 그가 카메라를 잡았던 주요 작품 15편이 상영 중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상영 작품은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 '마의 계단', '물레방아', 정진우 감독의 '초연', 임권택 감독의 '낙동강은 흐르는가',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 '어둠의 자식들', '낮은 데로 임하소서', '바보선언', '무릎과 무릎 사이', 최하원 감독의 '초대받은 사람들', 김호선 감독의 '서울무지개', 김홍성 감독의 '손톱', 유상욱 감독의 '피아노맨' 등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번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서정민 감독을 "그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능숙하게 촬영할 수 있는 장인이었으며, 60대에도 젊은 감독들의 작품에 신선한 스타일을 가미한 '지치지 않는 노장'이었다"라고 소개했다.

[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예찬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한국영상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