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여름 휴가철에 이어 하반기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극장가도 활기를 띄고 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는 ‘밀정’과 ‘고산자, 대동여지도’ 두 한국영화에 쏠리고 있지만, 각 직배사와 수입배급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다양한 외화들도 개봉돼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맞아 볼만한 외화를 정리했다.

◆ 리메이크, 명작의 부활

이번 연휴 기간 가장 관심이 쏠리는 외화는 ‘매그니피센트 7’과 ‘벤허’ 두 편이다. 개봉 역시 추석 연휴를 맞아 13일 저녁 전야 개봉돼 관객들을 만났다. 특히 두 작품 모두 할리우드의 최근 트렌드인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벤허’는 로마 시대, 형제와도 같은 친구의 배신으로 한 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유대인 벤허의 위대한 복수를 그린다. 남북전쟁의 영웅 루 월리스 장군이 1880년에 쓴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앞서 3번이나 리메이크 됐는데,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근작(近作)인 1959년판과 비교하면, 상영시간이 222분에서 123분으로 줄어들었다.

배신과 복수 용서와 구원 등 원작에 담긴 깊이 있는 메시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곁가지에 해당하는 사건들을 과감히 쳐내 압축적으로 구성했다. 전차 경주 장면과 대형 해상 전투 장면은 더 웅장하고 화려하게 연출됐다.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은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존 리들리가 맡았다.

‘매그니피센트7’은 정의가 사라진 마을을 지키기 위해 7인의 무법자들이 한데 모여 통쾌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웨스턴으로 옮긴 ‘황야의 7인’(1970)을 또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더블 타겟’ ‘더 이퀄라이저’ 등으로 액션영화 연출에 장기를 보여 온 안톤 후쿠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전편보다 액션의 쾌감을 극대화 했다. 덴젤 워싱턴과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출연한 가운데, 이병헌이 암살자 빌리 록스로 함께해 국내팬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날쌔고 재빠른 이벙현의 움짐임과 굿나잇 로비쇼 역 에단 호크와 이루는 ‘케미’가 관전 포인트다.

◆ 극장가 복병, 가족용 영화&애니메이션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다수 개봉됐다.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와 애니메이션 ‘드림 쏭’ ‘장난감이 살아있다’ ‘로빈슨 크루소’ 등이다. 이러한 가족용 영화 역시 안정적인 수효가 있는 만큼 연휴를 맞아 극장가의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먼저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로 돌아가게 된 앨리스가 위기에 빠진 모자 장수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어드벤처를 그린 판타지 블록버스터다. 전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에 이어지는 후속편이다. 전편은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잭팟을 터트렸다.

감독은 팀 버튼에서 ‘머펫’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보빈으로 교체됐지만, 팀 버튼 감독이 제작으로 참여해 상상의 나래를 다시 한 번 펼쳤다. 이번 영화에는 ‘시간’이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하늘과 바다가 바뀌는 등 스펙터클한 시간여행이 펼쳐진다. 모자 장수, 하얀 여왕, 붉은 여왕 등 주요 캐릭터들의 과거 사건도 더해져 이야기가 한층 풍성해졌다.


‘드림 쏭’은 뮤지션이 되고 싶은 버디가 아빠 캄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꿈을 위해 큰 도시로 길을 떠나 톱스타 앵거스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픽사 스튜디오에서 ‘토이 스토리2’(1999), ‘서핑 업’(2007) 등을 연출했던 애쉬 브래넌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슈렉2’(2004), ‘쿵푸팬더’(2008), ‘장화신은 고양이’(2011) 등의 제작진이 가세했다.

음악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만큼 음악의 밀도가 무척 높다. 할리우드 베테랑 음악 감독인 롤페 켄트가 라디오헤드, 푸 파이터스, 벡 등 유명 락 밴드의 곡을 사용해 완성도와 듣는 즐거움을 배가했다. 개 고양이 늑대 양 호랑이 등 의인화된 다양한 동물 캐릭터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고, 열정과 꿈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장난감이 살아있다’는 위기에 빠진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장난감들이 깨어나 엉뚱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후안 캄파넬라 감독의 첫 애니메이션 도전작이다. 기존 ‘토이 스토리’ 류 토이 애니메이션처럼 캡틴 루닌, 허세 공격수 날도, 음유시인 아트, 찰떡궁합 트윈 등 다양한 장난감들이 주인공이다.

장난감들이 롤러코스터 꼭대기, 쓰레기 집합소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깨어나면서 겪게 되는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축구 장난감들은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생생한 경기 장면까지 선사한다. 니콜라스 홀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팝 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티 홈즈, 루퍼트 그린트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국내 더빙 버전은 컬투가 참여해 웃음 폭탄을 터트린다.

‘로빈슨 크루소’는 인간 빼고 다 있는 동물들의 파라다이스에 등장한 인간 로빈슨 크루소의 무인도 생존 어드벤처를 그린다. ‘새미의 어드벤처’ 시리즈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유럽의 픽사’로 떠오른 엔웨이브 픽쳐스의 신작이다.

익숙한 원작을 ‘시점의 전환’이라는 콘셉트로 각색한 점이 특징이다. 무인도 동물들의 시점에서 본 로빈슨 크루소의 무인도 생존기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인간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물들이 로빈슨 크루소를 보고 ‘네 발로 걷는 바다 괴물’로 오해하거나, 그를 도와주려다 도리어 사고만치는 엉뚱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고퀄리티 영상미는 단연 압권이다.

[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