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약 2시간의 러닝타임은 만만치 않다. 영화 관람에 익숙하지 않거나 일상사가 바쁜 관객들의 경우 자칫 극장을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관객들은 '완벽한 타인'을 보던 중 끝내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만큼 “몰입도가 대단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작품성 여부와 별개로 관객들의 시선을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끌어당긴 작품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제작 필름몬스터)이 지난 달 31일 개봉 이후 약 10일 간, 빠른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을 예고했다. 10여일 만에 무려 누적 관객 수 230만을 돌파한 상황이다.

손익분기점 180여 명은 이미 가뿐히 돌파했으며, 올해 코미디 영화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관객몰이를 하며 파워를 입증했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렸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와 긴장감을 2시간으로 요약한 모양새다.

영화는 이와 마찬가지로, 특정 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스토리라인을 리메이크했다. 원작을 본 시네필들은 두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첨예하고 신랄하게 비교분석하기도 한다.

이 같은 왈가왈부 입소문과 빠른 흥행 속도에는 그럴 법한 이유가 있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드라마계 스타 PD로 불리던 이재규 특유의 공이 크다. 그는 수 년 전 영화계로 넘어와 ‘역린’을 연출하며 충무로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특정 시공간 이야기를 빠르게 크로키하는 ‘완벽한 타인’의 스토리라인 상 그의 기민하고 민첩한 연출, 편집 감각은 유달리 빛을 발했다.

영화는 과거 친구들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일을 스피디하게 전개한다. 핸드폰의 비밀이 들춰지면서 어느 새 부부, 커플관계로 살아가는 인물들은 서로에게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충격을 받길 반복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한 관계의 패착일까.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서로의 가장 은밀한 비밀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는 결국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인간의 원초적 홀로서기에 관한 근본 질문일 수도 있다.

예상된 시나리오지만 일련의 폭로전에서 벌어지는 인물과 인물의 격앙된 감정라인, 서로를 찌르는 예리한 대사들이 집중력 있게 클로즈업됐다. 한정된 시공간에서 공과 공을 빠르게 패스하는 듯한 핑퐁(탁구)처럼 감정과 말이 때론 말초적으로 때론 운치 있게 맞부딪혔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의 인물과 인물의 대사·감정을 극대화시키던 이재규 감독의 장기가 고스란히 투영된 셈이다.

잔뼈 굵은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력 역시 감독의 유려한 편집 감각과 제대로 맞물린 인상이다. 조진웅, 김지수, 유해진, 염정아, 이서진, 송하윤, 윤경호까지 총 7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가진 우리 시대의 군상들로서 영화의 긴장감을 견인했다.

날 벼린 시나리오, 재기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력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진 대중영화는 금세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었다. 현재 대형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은 무려 9점대에 달한다. 우후죽순 다양한 장르물이 개봉하는 현 시대에 좀처럼 쉽지 않은 수치다.

관객들은 “올해 최고의 블랙코미디” “윤경호라는 배우의 대발견” “요즘 망해가는 한국 영화들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막장 같은 스토리임에도 깔끔한 연출과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에 쫄리면서도 계속 웃겨서 쉴 틈 없었다” 같은 솔직하고 유쾌한 호평을 남기고 있다.

뜨거운 입소문에 따라 '완벽한 타인'의 최종 결말이 각 포털사이트 검색창의 자동완성어로 완성되는 기분 좋은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명백히 대중 관심의 화두에 있다. 국내 극장가 절찬리 상영 중.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