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연예계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향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 보다 뜻깊은 부분은, 지금까지 주로 거대한 숫자로만 등장했던 마음의 손길이 이번에는, 정확한 액수는 감추어 놓는다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의 것을 돕는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성금보다 더 중요한 그들의 진심, 누구보다 비통한 슬픔을 짊어지고 있을 유가족을 향한 존중 어린 공감이 오롯이 드러나게 되니, 그들의 영향력이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하겠다. 물질적인 부분의 도움도 당연히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간혹, 줄 세우듯 연이어 보도되는 스타들의 기부금 액수가 사안의 본질은 뒤로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오로지 돈의 크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데, 이때 주로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 지극히 물질적인 사고방식을 견지한 이들의 비틀린 시선이다. 이들이 저지르는 애도의 왜곡이다. 이것만큼 비인간적인 행동이 없으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인과 유가족에게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반드시 경계해야 할 테다.

악영향은 우리 자신에게도 미친다. 숫자가 끼어들면, 특히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관련된 숫자는, 정작 가늠해 보아야 하는 마음과 감정까지도 셈해 버린다. 셈이 불가능한 것들인데도. 자연히 돕고자 하는 마음, 슬픔이 옮겨붙어 위로를 전하지 않을 수 없는 감정 등은 제대로 표현되기도 전에 손익을 따지는 셈에 묻히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공감 능력은 서서히 제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하여 방송인 박나래와 배우 임시완이 깊은 위로를 담아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게끔 요청해 놓은 일,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바 있는 안유성 셰프가 음식으로라도 봉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직접 만든 김밥 200인분을 들고 유가족을 방문한 일 등이, 오늘 거대한 슬픔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귀감이 될 수밖에 없다.

덕분에 보통의 우리 또한,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위로를 건네보려는 의지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참으로 건강한 영향력이 아닌가. 사실 이미 시작된 참이긴 했다. 실제로 한 시민이 무안공항 2층에 있는 카페에 유가족들을 위해 다량의 음료를 선결제해 놓고, 각종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은 빵과 생수, 담요 등을 준비해 와 나누어 주고. 마음을 모으는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는 중이다.

살아 움직이는 공감과 연대의 마음은, 틀에 박힌, 그 어떤 숫자보다 크고 강한 법이다. 김연수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한 대목을 공유해본다. “그녀들은 동쪽에서 정체불명의 낯선 민족이 화물칸에 실려와 황야에 버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빵이 식을세라 모포에 감싸 당나귀에 실은 뒤,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는 그들을 찾아왔다. 한인들이 울면서 그 빵을 먹는 동안, 카자흐 여인들도 울음에 합세했다. 빵과 울음, 새로운 삶이 거기서 시작됐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divet@naver.com, 사진 = 박나래, 임시완, 안유성 셰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