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연예정보] 어느 시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역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일은 가치 있고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 이유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이 사라졌거나 훼손된 지난날의 영화 필름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복원하는 사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12일부터 7월 5일까지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Discovery, Restoration & Early Cinema) 특별상영회를 개최한다. 지난달 16일~24일 가졌던 1차 상영회에 이은 두 번째 특별전이다.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 1, 2관에서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영국영화연구소(BFI), 뮌헨영화박물관(Filmmuseum im Muenchner Stadtmuseum), 독일 시네마테크(Deutsche Kinemathek) 등 해외 영화 전문기관들이 후원에 나서 ‘영화 역사의 재정비’란 측면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별전은 ‘발굴’과 ‘복원’, 그리고 ‘초기 영화로의 초대’ 등 3개 섹션으로 구분 상영된다. ‘발굴’섹션에서는 ‘한우섭-한규호 부자(父子) 컬렉션’, ‘이용민 특별전’의 2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우섭-한규호 부자 컬렉션’은 지난 3월 순회 영사업을 하던 연합영화공사의 한규호 대표로부터 수집한 극영화 94편 중 당대 최고의 감독들의 영화 4편을 디지털화하여 상영한다.

연합영화공사는 한규호 대표가 ‘한미영배사’ 등 1970년대 서울 종로 일대에서 운영되던 순회용 영사 필름 배급업체 10여 곳을 통합하여 설립한 회사이다. 이 회사가 당시 수집한 다량의 16밀리 영화필름은 그동안 개인 소유 창고에 보관되어 오다가 2014년 10월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로 이관됐다.

정밀 실사를 거쳐 목록화된 영화들은 현재 디지털화 중이며, 그 중 ‘외아들’(1962 / 감독 정진우), ‘만선’(1967 / 감독 김수용),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 / 감독 최하원), ‘전장과 여교사’(1966 / 감독 임권택) 등 4편이 특별전에서 관객을 만난다.

‘외아들’은 당시 최연소 감독으로 기록되는 정진우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때 정진우 감독은 나이 23살이었다. 현재 한국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영화 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정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70년대 한국영화의 절대적 존재였고, 작가주의 감독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국영화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선’은 문예영화로 당시 영화 포스터의 메인 카피는 ‘세계의 그랑프리를 노리는 한국영화의 야심작’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김승호, 주증녀, 남정임, 박노식, 허장강 등이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1964년 국립극장 현상문예 희곡에 당선된 천승세의 작품 ‘만선’을 동명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제12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됐고, 제5회 청룡영화상에서 김승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제6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주증녀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1968년 현대문학, 사상계, 자유공론 등 당대의 교양잡지들이 추천하고, 한국예술원상을 수상한 황순원의 동명 소설을 영화한 작품이 ‘나무들 비탈에 서다’이다. 이 영화는 그해 한국영화 베스트 2위에 올랐다. 이순재와 문희가 주연을 맡았고, 특히 이순재의 연기를 본 평자들이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뫼르소를 보았다”라고 극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장과 여교사’는 6.25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의 공식적인 첫 승리로 기록된 ‘동락리 전투’ 혹은 ‘음성 무극리 전투’라 불리는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다. 김진규와 엄앵란이 주연을 맡았다. 여기서 여교사는 당시 동락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김재옥 선생으로 실존인물의 활약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용민 특별전’의 주인공 이용민(1916~1982)은 일본대학 예술과 영화부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제주도 풍토기’로 1946년 감독 데뷔한다.

이용민은 50년대 ‘백만의 별’, ‘서울의 휴일’, ‘포화속의 십자가’, ‘산유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대중적인 감각으로 연출했으나 60년대 이후로는 토속적 소재를 바탕으로 ‘악의 꽃’, ‘살인마’, ‘목없는 미녀’ 등 공포영화를 주로 만들었다.

일본촬영기사 자격증을 소유하였던 그는 ‘자유결혼’(감독 이병일), ‘코리아’(신상옥), ‘삼일 독립운동’(전창근)을 촬영하였으며, ‘정복자’(권영순)로 제1회 청룡상 흑백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용민은 ‘조총련’, ‘십이대천왕’ 등의 특수촬영을 맡기도 하였는데, 그의 능수능란한 촬영기법은 ‘살인마’, ‘목 없는 미녀’에도 잘 드러난다. 또한 놀랍게도 당시 카메라 2대를 이용하여 3D 영화를 촬영하였는데, 이번 기획전에서 독일 뮌헨영화박물관과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복원한 ‘악마와 미녀’가 3D로 상영된다.

‘복원’ 섹션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심화 복원한 ‘자유만세’(1946 / 감독 최인규), ‘검사와 여선생’(1958 / 감독 윤대룡), 홍콩에서 수집하여 복원한 정창화 감독의 첩보 액션물 ‘순간은 영원히’(1966 / 사운드 없음), 해외 아카이브와 스튜디오에서 복원한 ‘호프만의 이야기’, ‘무쉐뜨’, ‘맥베스’, ‘청춘 잔혹이야기’ 등이 상영된다.

세 번째 섹션인 ‘초기영화로의 초대’에서는 매혹적인 무희 룰루와 쇼쇼, 루이스 브룩스와 아나 메이 웡이 주연한 ‘판도라의 상자’(1929 / 감독 게오르크 빌헬름 파브스트), 에드왈드 앙드레 듀퐁 감독의 1929년 작품 ‘피카딜리’가 상영된다.

이들 영화를 통해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였던 루이스 브룩스와 할리우드에서 요구하는 전형적인 동양여인의 역할을 버리고 유럽으로 건너가 화려하게 스크린을 장식한 아나 메이 웡의 떨칠 수 없는 매혹을 만날 수 있다.

이 섹션에서 상영될 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공포영화 ‘노스페라투’(1922 / 감독 F.W.무르나우)와 ‘판도라의 상자’는 38여 년 동안 무성영화 연주를 해온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귄터 부흐발트의 연주로 상영된다.

[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연예정보 news@tvdaily.co.kr / 사진=상영작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