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지난 29일,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비상 착륙을 하려다 공항 시설물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179명이 사망하는, 불의의 참사가 일어났다. 대부분 고된 1년의 연말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다녀오던 이들이어서, 더욱 짙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리하여 정부는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사고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온 국민이 함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삶의 여정을 채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향해 애도를 표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한 12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이 아닐까.

하지만 애도는 어렵고, 특히 그것이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비극에 해당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이 가진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만약 비극을 당한 이의 슬픔과 고통에 조금이라도 가닿을 만한, 겹치는 대목을 삶 안에 가지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 까닭에 자신의 일인듯 온전히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데 있어 분명한 한계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혹자는 자신의 일도 아닌 타인의 일을 가지고,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거나 슬픈 것도 아니면서, 동일한 고통을 느낄 수 있지도 않으면서 그야말로 ‘척’을 하는 게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결국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사고방식을 내세우며 굳이 한계를 넘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에 관해 댄서이자 안무가인 킹키는 상당히 감명 깊은 답을 내놓았다.

“눈치는 곧 사회적 공감능력을 뜻한다고 믿으며, 남들이 모두 슬퍼할 때 그게 뭔지 모르더라도, 혹시나 그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함께 고개를 숙이고 침묵해 주는 것 그 자체로 위로가 되고 우리 사회를 공동체답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네 일이냐, 슬픈 척 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 ‘척’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설사 애도하는 ‘척’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척’을 하려는 그 노력, 이 세계의 비극의 한 조각이 관통한 이들이 겪고 있을 고통과 슬픔에 조금이라도 가닿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애씀이,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다울 수 있게끔 만드는 중요한 요건이라는 이야기다. 즉, 우리가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면, 우리가 속한 사회가 좀 더 공동체답기를 바란다면, ’타인‘이라는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한계를 넘어 동일한 세계를 함께 살아내는, 연대하는 존재로서의 마음을 품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에 사라진 오늘 하루, 끔찍하게 기억될 오늘 단 하루이다. 그 하루라도 세상 사람들이 잠시 멈춰 나를 바라보고 위로해 주는 순간, 나는 이게 또 다른 내일을 살아갈 힘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빈소를 찾는다거나 각자의 자리에서 잠시나마 묵념 혹은 기도를 한다거나, 애도를 위해 여러 모양으로 나타날 모든 ‘척’하는 노력과 애씀을 모아, 삼가 조의를 표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DB, 킹키SNS]